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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기다림의 시작 - 대림 제 1 주일

기다림의 시작 - 대림 제1 주일

조바심이 났다.

적어도 2 주 전까지만 해도.

 

다른 은행잎 나무의 잎은 노랗게 물이 들었는데

산책길의 몇몇 은행나무는 

12 월을 두 주 앞두고서도 여전히 우중충한 녹색이었다.

 

그 나무의 잎들은 노랗게 물이 들지도 못하고

그냥 녹색으로 하릴없이 떨어질 줄 알았다.

 

대림 첫 주 주일,

성당 가는 길에는 노란색이 명랑하게 곱던 은행잎은 다 져서

빈 가지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앙상하게 남았다.

노랗게 물들지도 못한 채 녹색으로 질 것 같았던 나무의 잎들은

그제야 노란빛으로 밝게 빛이 났다.

 

잎이 무성하ㅔ 달려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아 실망스러워했는데

잎이 떨어진 가지에는 은행알이 달려 있었다.

 

살아가는 일이 희망을 갖는 일이고 또 그 희망을 기다리는 일들의 연속성과 수렴이 아니던가.

 

다 때가 있으니그냥 기다리면 될 일이다.

 

늦게 물이 들었다 해서

은행잎이 아닌 것이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오랫동안

그 노란 잎을 사랑할 수 있음을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대림환 주변의 촛불 네 개 아직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촛불 하나 켜졌다 기다림의 시작

 

단풍이 붉다

옥잠화의 잎들이 물기를 잃고 화분 밖으로 늘어졌다

아직 물이 다 들지 못한 나무

건너편의 두 아름드리 은핸나무엔 잎이 다졌다.

잎이 다 지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