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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다른 길

 

한 손님이 급하게옷을 맡겼다.

남자 양복 한 벌과 셔츠,
그리고 여자 3 Pc 스커트 정장이었다.

부부가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나들이 가는 줄 알았다.

물어보니 장례식에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죽은 아내에게 입힐 옷과
자기 자신이 입을 옷이란다.

따로 수의를 쓰지 않고 평소 입던 외출복을 수의로 대신하는 것이
보통 관습인 것 같다.

여린 쑥을 닮은 색.
옅은 올리브 그린 색에 치마엔 주름도 있고
하얀 블라우스까지 곁들여 외출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길도 받을 수 있으련만-----

남편의 옷도 비슷한 색상이다.
한껏 먼 길 떠나는 아내의 옷 색깔과 조화를 이루었다.

떠나는 아내의 옷과
떠나보내는 남편의 옷이 나란히 걸려 있다.

얼마 후면
서로 익숙한 이 두 옷들도
영영 이별해야 하는데

외출하기 전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렇게 나란히 걸려 있다.

 

저 옷들은 알기나 아는 걸까?

곧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지는 자기 주인들의 운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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