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라기 (2013)
지난 주일 우리 집 뜰을 돌며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아내가 윗 층에 올라가 보란다.
사진 찍을 게 있단다.
누구 말씀인데 거역할 수 있으랴.
화두를 받은 것 같은 마음으로
이 층으로 올라갔다.
사실 우리 딸 아이들이 살던 이 층엔 지금 아무도 없다.
큰 딸 아이는 결혼을 했고
둘째와 셋째는 함께 부르클린에 나와 살고 있으니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고요하기만 한 이층의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화분 하나.
"언제 가져다 놓았을까?"
투병한 유리 화분 안엔
푸른 이파리의 허브같은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초록의 작은 이파리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고개를 쭈욱 내밀었다.
발 뒷굼치도 바짝 들었다.
빛이 드는 거실의 유리문을 향해서.------
무릇 살아 있는 녹색의 잎들은 모두 빛을 향해
자신의 존재 전부를 내어던질 정도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정 중 동'
살아가는 일,
살아야 하는 일이 이리도 눈물 겨운 일임을
소리 없는 함성으로,
그리고 여린 몸짓으로
말하고 있었다.
저 작은 식물은
'나라는 존재에게 있어서 빛은 무엇인가?'
라는 화두 하나를 하나 더 내 어깨 위에
얹어 놓았다.
내 존재 전체를 걸고
찾으며 살아야 하는
빛.
나의 빛.
나만의 빛.
나는 하릴없이 층계를 천천히
걸어내려왔다.
나만의 빛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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