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구들 이야기

유리와 준기

유리와 큰 아들 준기는 원래 친구 사이였다.


우리가 다니고 있는(현재는 교적만 두고 있는) St. Joseph 성당에서

첫 영성체를 하고 찍은 단체 사진에

유리와 준기가 있는데

그 때는 유리가 훨씬 키가 컸다.


사실 유리네와 우리는 특별하게 얽혀져 있긴 하다.

같은 성당 식구로 만나 ME 활동도 같이 했고

한 구역에서 자주 만나는 사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끼리도 친한 사이가 되었다.

유리 동생 승리는 우리 막내 아들의 절친이기도 하다.


그 뿐이었다.


둘 사이에 무슨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몇 해 전인가, 

유리가 워싱톤에 직장을 잡아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아내는 워싱톤에 있던 큰 아들에게

유리의 이삿짐 나르는 걸 도와주라는 밀명(?)을 내렸다.

무슨 꿍꿍이 속(?)이 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순수 인도적 차원에서 그랬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일일 이삿짐 도우미가 된 것이 신의 한 수가 된 모양이다.


서로 중성으로 보이던 사이가

그 때 이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어느 날 준기가 집에 와서는

우리에게 자기 마음에 유리가 들어 와 있음을 고백했다.

그리고 사귀자는 말을 할 거라고 했다.


나는 행운을 빌어 주었다.


그러더니 워싱톤에 돌아 간 아들에게 연락이 왔다.

유리와 사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서 환희가 퍼졌다.


그리고 어제 준기에게 초대를 받았다.

유리와 준기,

그리고 유리의 엄마 아빠와 우리,

이렇게 여섯 명의 식사 자리를 만든 것이다.


늘 만나는 사이라 어색함도 없고

편안하고 아늑한 자리였다.


격식보다는 자유로움이

어색함보다는 편안함이 있는 자리.


인연이라는 건

참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유리와 준기가 함께 있으니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부부도 그랬을까?

아직도 그럴까?


다소 선선한 봄 밤이 그렇게 저물었다.





















'식구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M & M 이야기 2  (0) 2018.07.24
M(Maria) & M (Myungsoo) 이야기 1  (0) 2018.07.24
Georgetown Law 졸업식  (0) 2018.05.22
Hilton Head Island에서의 하루  (0) 2018.05.19
어머니 날  (0) 2018.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