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eepover는 자기 집이 아닌 곳에서 자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외박이다.
아내와 나는 손주들을 데리고 1 박 2 일의 Sleepover를 했다.
쉐라톤 호텔을 빌려서 한 것이니
우리도, 손주들도 모두 완벽하게 Sleepover를 한 셈이다.
아내는 두 가지를 목적으로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 같다.
직장일과 육아 때문에 바쁜 딸에게
잠시 휴가를 주고 싶은 마음이 그 하나요,
손주와 할아버지에게 친밀해질 수 있는
아주 콤팩트한 시간 선물을 하기 위해서가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 두 가지 목표는 100 % 이루어진 것 같다.
오늘 아침(어머니 날) 큰 딸은 페북에 이렇게 썼다.
"thank you to my mom, who always looks out for me and helps me,
especially with my own kids.
she took them for a sleepover,
which is why i am still laying in bed at 10:30am."
토요일 오후 3 시가 좀 지나서 부르클린의 아파트를 떠나
손주네 집에 도착해 보니 오후 다섯 시가 살짝 넘었다.
길에 차들이 바둑알로 꽉 찬 바둑판 같아서
예상 도착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
딸 아이 부부는 우리가 오면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할 계획을 세워 놓은 것 같았다.
손녀 Sadie는 종일 우리 오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렸다고 한다.
평소 학교 가는 길에 있는 성처럼 생긴 호텔에서의 하룻밤을
손녀 Sadie는 오랫 동안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Sadie는 그 성 안의 공주가 되는 꿈을 꾸었을까?
설레는 손녀 Sadie의 꿈에 동참할 수 있어서
참으로 기뻤다.
Sadie와 Desi를 인계 받은 우리는 먼저 저녁 식사를 위해
손주 동네에 있는 'Friendly' 식당으로 향했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메뉴가 있는데
디저트로 아이스 크림이 제공되기에
손주들과의 한 끼 식사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식사 후 우리는 호텔로 향했다.
손주의 집에서 10 여 분 거리에 있는 'Sheraton'은
손녀 Sadie가 엄마 따라 학교에 오가는 동안
'Castle'이라 부르며 그 성 안에서의 하룻밤을 꿈 꾸었고
그 꿈을 엿 본 아내가 손녀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계획을 한 것이었다.
우리는 넓직한 호텔 방 안에 여장을 풀고
호텔 수영장으로 향했다.
나는 수영을 잘 할 줄 모르기에 풀에 가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손주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는
설령 수영장이 불이어도 뛰어 들어야 했다.
손주들은 수영장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시 잠을 자기 위해서 방으로 돌아올 때 애를 먹었다.
수영장에 더 머물기를 원하는 아이들을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오자고 달래서 데리고 방으로 올 수 있었다.
나는 아이들과 하룻밤을 보내며
손주들에게서 새로운 면을 보았다.
Sadie는 우리 집에서 1 년 반 정도를 함께 살았다.
함께 살면서는 보지 못 했던 새로운 면은
Sadie가 아주 사려가 깊다는 점이다.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챙긴다는 것이다.
목욕을 하고 나와서 옷을 갈아 입다가
동생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옷장 서랍에서 동생 기저귀를 꺼내 할머니에게 건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Sadie는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데
눈이 잘 안 보이는 눈치를 채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 안경을 찾아 방 안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가.
나는 이럴 때를 놓치지 않는다.
Sadie를 안아 올려 귓 속에 대고 칭찬의 말을 속삭였다.
"Sadie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맘이 착한 여자 아이야.
어쩌면 그렇게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많을 수 있니?
할아버지 눈에는 Sadie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단다.
Sadie가 할아버지 손녀여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물론 Sadie가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많다는 한국어를 이해할 수 없지만
영어로 'thoughtful'이라는 단어와 'considerate'라는 단어는 알고 있으니
내 뜻을 전달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나는 확신한다.
Sadie는 그렇게 예쁜 마음으로 이웃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을----
올 8 월이면 만 세 살이 되는 손자 Desi는
한 마디로 'Happy Boy'다.
늘 즐거워서 처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늦게 말문이 터진 Desi는 끊임 없이 재잘대며
우릴 괴롭혔다(?).
아직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데다가
앨러지지로 고생을 하는 까닭에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Sadie는 훌륭한 통역사가 되어주었다,
내게 가장 많이 한 말은
'하바지'라는 나를 부르는 호칭과
'I love you.'라는 말이었다.
간간이 'hug', 'kiss'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직접 나에게 포옹을 하거나
기습적으로 키스를 했다.
그 어린 것 속에 무엇이 들어 있길래
내게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는지 정말 신비했다.
함께 있으면 주위 사람의 입을 배시시 열리게 하는
신기한 재주를 Desi는 타고 난 것 같다.
Desi에게도 한 마디 속삭였다.
"Desi, you are such an adorable child.
Would you keep your smile forever?"
Desi 또한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어
기쁨 가득한 미소로 주위를 밝히는 삶을 살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한사코 잠들기를 거부하는 Desi를 달래고 얼러서
겨우 꿈나라로 보낼 수 있었다.
막 잠이 든 Sadie가 내 손을 찾았다.
나는 Sadie의 손을 내 손으로 감쌌다.
곧이어 손주들의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꿈나라로 갔다.
우리 손주들이 꿈꾸며 살아갈 세상이
그 아이들로 해서
더 아름답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손주들과 함께 꾸는 어느 봄날의 꿈이
그냥 꿈만은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나도 꿈 속으로 슬며시 가라 앉았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요일 (0) | 2018.05.27 |
---|---|
이거 실화냐? (0) | 2018.05.19 |
세탁소에서 생긴 일 - 반면교사 (영역) (0) | 2018.05.12 |
상처 - 빈 배가 될 수는 없을까?(축구장에서) (0) | 2018.05.07 |
다시 그랜드 캐년에서 (0) | 2018.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