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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 이야기

나 믿지 마세요, 나도 나 안믿어요


 

찾았다!

렌즈 3 개가 들어 있는

카메라 가방을 드디어 찾았다.


여행을 떠나려다 생각하니

잘 쓰지는 않지만

아주 성능이 좋은 렌즈가 보이지 않는 걸 깨달았다.


Canon EF 135mm


렌즈 앞 부분에 빨간 테가 있다.

이 빨간 테가 있다면

그 렌즈는 대개 천 달러가 넘어간다.


내가 산 것은 아니고

아는 분이 나 예쁘다고 거저 주신 거다.


그런데 아파트 어느 구석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그 가방에서 펜즈 하나를 꺼내고 어딘가에 둔 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 거였다.


아내는 집에 없으면

세탁소에서 찾아 보라고 했다.

나는 집에서 렌즈 하나를 가방에서 꺼내고

어딘가에 두었다고

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내가 아파트를 뒤집었다.

렌즈가 든 가방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선언했다.


"더 이상 렌즈 얘기 하지 마세요."


'상황 끝'


나도 아내가 없을 때 제법 면밀히 수색을 했으나

허사였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다.

세탁소 안을 뒤졌다.

그런데 내 전용 옷걸이 사이에서 문제의 가방을 발견했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몸이 움츠러 들었다.

분명 집에 두었다고 

아내 앞에서 큰 소리치던 내 모습이 기억나서 였다.


남편 가오 완전히 죽었다.


아내에게 이 기쁘지 만은 않은

소식을 알렸다.


"카메라 가방 찾았어."

"그럴 줄 알았어."


"여보, 앞으로 나 믿지마, 나도 나 안 믿으니까"


왜 그녀 앞에 서면

나는 점점 작아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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