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일기

Last Exit to Brooklyn

 

파리에 다녀온 후 카메라를 방 한 구석에 처박아두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중에는 이곳 부르클린에서  살다보니 어디 사진을 찍을 여유가 있어야지 말이다.

어제는 마음 먹고 해질 무렵 Brooklyn Industrial Park로 향했다.

'Park'라는 단어가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한국말로 풀어보면 '공장지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재의 수요일'에 둘째 딸과 같이 가서 이른 저녁으로 피자를 먹었던 곳이다.

'Last Exit to Brooklyn'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둠움, 마약, 폭력, 섹스, 그리고 절망 -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 젊은이들이 몰려 들고 있다.

맨하탄의 치솟는 렌트비를 감당 못하는 젊은이들이 전철 타고 한 두정거장 거리에 있는

이 곳으로 모여 들어 새로운 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다.

 

 

 

반 지하에서 나오는 연기가 지는 햇빛에 물들고 있다.

노동자들이 빠져나간 저녁 시간, 

공장지대에서 저런 연기를 볼 수 있음이 색다른 느낌을 갖게 했다.

이 곳에도 사람들이 저녁밥을 해 먹고

고운 꿈도 꾸며 살고 있다는-----

 

 

 

어느 집 대문,

낙서와 그림.


Jelly Fish.


이유를 모르겠다.

그들에게 Jelly Fish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기 말고도 곳곳에서

Jelly Fish의 모습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고장이 나서 버려진 자전거가

쓰레기 콘테이너 옆에 널부러져 있다.

저녁 햇살에 자전거의 그림자가  늘어진다.


눕는 일의 슬픔 같은 것이

저 자전거의 그림자에서

길게,

아주 길게 묻어나왔다.

 

 

 

이 곳의 특징이라면 벽화와 자전거라고 말할 수 있다.

차가 없는 젊은이들의 이동 수단은 전철과, 자전거.


버려진 자전거는 누워 있고

아직 살아 있는 자전거는 저렇게 서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누워 있는 존재의 슬픔 같은 것

 

 

우체통 안의 메일, 그리고 자전거.

어디론가 가기 위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고립되어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우체통과 자전거를 보니 외부와 소통을 하고 있다.


소통은 곧 희망인 것을.

 

 

 자전거 왼 쪽에 보이는 간판 'Roberta's'


아내와 딸과 같이 피자를 먹었던 곳.

간판이며 입구며 완전 무성의. 

불친절의 대명사처럼 보인다.

자기를 내세우려는 어떤 노력의 흔적도 보이질 않았다.

컴컴한 입구를 들어가면 왼 쪽에 큰 화로가 있는데 

장작을 때고

그 위에 피자를 굽는다.


테이블이며 의자, 그 어는 것도 신경 쓴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여기 저기서 주워다 놓은 것 같다.

주위 환경과 완벽한 조화다.

그걸 노린 것일까?

창고를 개조했음을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다.

실내 장식, 물론 없다.

마음 편해지는 곳, 그

런데 가격만 고급이고 마음은 편치 않다.

중간 사이즈 피자 한 판에 16달러.

민트 향이 풍기는 레몬에이드의 새콤달콤한 맛은

여즉 혀 끝에 생생하다.

 

 

 

Bogart 거리.

 오른 쪽으로 한 블락 건너엔 L 전철역이 있다.

사진 왼 쪽은 그로서리 가게, 오른 쪽은 카페다.

길에 벤치가 몇 개 있다.

거기서 쪼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젊은이도,

담배를 피우거나 잡담을 하는 젉은이들도 눈에 띈다.

자전거는 빼 놓을 수 없는 풍경의 일부다.

 

 

 

 

 

오래된 화재 경보기.

길 건너의 그로서리 가게도 오래 전부터 이 곳의 터줏대감격인

이 화재경보기에 맞추어 가게 앞을 꾸민 것 같다.

 

 

 

따라하지 말기.

(Please don't copy this.)

 

 

 

전깃줄도 너덜너덜

전봇대에 붙은 광고도 너덜너덜.

뭐 깨끗하고 질서정연한 모습은 하나도 없다.

말 그대로 영화 'Last exit to Brooklyn'의 이미지 그대로이다.


혼돈과 무질서.

 

 

 

길 표지판 마저도 이렇게 휘었다.

무질서와 혼돈인지

아니면 예술인지------

 

나야말로 혼돈의 늪에 빠졌다.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레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그들이 기거할 아파트인지

아니면 쓰던 물건이든지

무언가 벽에 붙은 광고지를 통해서

서로간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막힘이 아닌 소통은 

일단은 희망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아주 오래된 Fire Alarm마저도

소통의 한 도구다.

정말 작동을 하기는 하는걸까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긴 해도

불이 났다고 알리는 소통의 한 방편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카페 앞에 앉아서

누군가와 쉬지 않고 text를 .주고 받는 저 여인.

누군가와 통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전철이 도착하면 그녀가 기다리는 사람이

올 지도 모른다.

저 여인은 어둠이 찾아왔어도

누군가와 따뜻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넉넉하고 흐뭇한 시간을 가질 것이다.

 

부르클린으로 나가는 마지막 출구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그냥 지나칠 것인가?

 

바깥과 소통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는 한

무질서하고 혼돈스러운 이 곳이

희망의 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여기가 아무리 어둡고 음습해도

난 브루클린으로 향하는 마지막 출구로 나갈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순수한 사랑이 있고

희망이 새 순처럼 돋아나는 곳이기에-----

 

 

 

 

 

 

 

 

 

 

 

 

 

 

 

'사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 사랑에 빠지다.  (0) 2012.05.01
Virginia Beach, 민기를 만나러 가는 길  (0) 2012.04.10
내 마음에 서리 내린 날  (0) 2011.12.19
우리집 늦가을   (0) 2011.11.15
오늘 아침 서리 내리고  (0) 2011.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