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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국 여기저기

New Hope


New Hope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344)

봄맞이 장소를 New Hope로 잡은 것은

역시 마님이었다.

마님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런 곳들을 잘도 찾아낸다.

하기야 어딜 가도 봄을 만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왕 시간 내서 떠나는 걸 

나중에라도 "어디 갔다 왔다"며

말하는 목소리에 풀기가 먹힌 곳을 다녀오는 것이 

님도 보고 뽕도 딸 수 있는 길이 아니겠는가.


가만히 집에서 오는 봄 기다리면 될 것이지

왜 자꾸 밖으로 나가냐고?

가만히 집에서 봄을 맞으면

힘들게 오시는 봄님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우린 기를 쓰고 밖으로, 그리고 멀리 떠나는 것이다.

멀리서 타지에 나갔다 돌아 오는 식구 맞으러

동구 밖까지 기어히 나가야지

집에서 구들장 메고 있어서는 아니될 일인 것이다.


벌써 3주 전이다.

아내와 처제와 함께 New Hope를 다녀온 것이.

New Hope는 우리 집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펜실바니아 주의 한 작은 마을이다.


날은 전형적인 봄날씨였다.

화사한 햇살, 

그러나 바람이 불면 쌀쌀한 기운이

살갗에 소름을 돋게하는----- 


그런데 우리의 목적지인 'New Hope'라는 지명이 영 특이했다.

무언가 사연이 있음직 했다.

미국의 지명이라는 것이

대개는 사람 이름이나 지형을 딴 것이 대부분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Harrington Park도 그렇고 

옆동네 Demarest도 그러하다.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Rivervale은 

그 동네 지형을 짐작할 수 있는 지명을 가졌다.

'강이 흐르는 계곡'이라는 뜻인데

사실 서너 발짝 뛰면 훌쩍 건널 수 있는 넓이의 개울이

다른 곳보다 좀 낮은 지형으로 흐른는 곳임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10여년 전 홍수가 났을 때,

유독 이 동네 집들이 물에 많이 잠겼다. 


New Hope?

초창기 마을 이름은 'Coryell's Ferry'였다고 한다.

이 마을은 델라웨어 강을 끼고 

펜실바니아 주와 뉴저지 주가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필라델피아에서 뉴욕으로 가는 큰 길 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두 도시의 중간 쯤 되는 곳이다.

다리가 없던 시절에

여행하는 사람들이 이 곳에서 밤을 지내고

다음 날 배를 타고 건너서 계속 여행을 하던 

나루터가 있던 강마을인 셈이다.


1790년도에 큰 불이 나서

물방앗간 여러 채가 전소되었느데

새로 지으며 마을 사람들들의 마음이 모여진 것이

'새로운 희망', 즉 'New Hope'라는 지명을 지니게 된 배경이다.


조지 워싱톤도

부근의 프린스톤과, 트렌톤에서 전투를 하며

이 마을에서 묵었다고 한다.


나루터가 있어서인지 이 마을엔 식당들이 넘쳐난다.

나루터하면 주막이 연상이 되듯,

심란한 여행객들이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서는 

맛난 음식과 한 잔 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New Hope 바로 옆에 있는

'Solebury' 라는 곳으로 향했다.


Solebury는 대부분이 농장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넓은 초원엔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길을 가다 만난 풍경.




이게 무언가

유채꽃인가, 냉이꽃인가,

아니면 잔디꽃인가.

키가 큰 이 꽃 밑으로는 노란 꽃, 보라꽃들이

조용히 제 키를 키우고 있다.



난 늘 이런 풍경을 만나고 싶어했다.

연 초록과 자주빛 나무꽃들이 함께 있는 풍경.

봄은 인상파 화가들의 점묘화처럼

내게로 온다.


이 풍경을 본 것 하나로도 하루 품삯을 하고도 남았다.






'저 푸른 초원 우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그 노래가 생각 나는 풍경.




아이폰 사진 작가로 활동하는 마님.

열성 하나는 작품을 훨씬 넘어선다.

 


 Solebury 바로 옆이 New Hope다.




차를 파킹하고 강쪽으로 내려가다 만났다.

분홍빛 담벼락을 배경으로 노란 개나리.

봄의 색깔 대부분을 여기서 만났다.




새끼 손톱만한 노란 풀꽃들, 그리고 보라색 꽃들.

나무 그림자.

그림자 나뭇가지에 꽃이 핀 줄 알았다.



막 벌어지는 벚꽃




여기가 운하다.

난 운하가 강처럼 크고 넓은 것인 줄로만 알았다.

여기 운하가 60마일 정도 된다고 하는데

운하 양쪽의 소박한 경치가 아름다왔다.

사람들은 그 곳을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면서

자연과 어우러졌다.



여기가 운하의 문을 올리고 내리는 사람이

머물던 곳.

운하의 수문을 관리하는 사람을 

영어로 'lock keeper'라고 한다.

지난 부활에 워싱톤에 갔을 때 배웠다.



운하가 흐르는 뚝엔 이런 마굿간도 있다.



건물의 담벼락엔 담쟁이가.

자연스러운 것 같지만

내가 아무 장비 없이 90도 경사를 오른다고 생각을 해보면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자연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운하의 양 쪽을 연결하는 다리가 곳곳에 있다.






운하의 물에 비친 개나리꽃 그림자.

유화 물감 같다.



시선.

채국 동리하 / 유연견 남산 

採菊東籬下 攸然見南山


소동파의 싯구처럼
그런 무심한 봄날의 시선인가.



물 속의 오리.

가만히 바라본다.

이 놈 때문에 더 나른해진다.



아내와 처제

캐나다의 Peggy's Cove에서도 빨간 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빨간 문 시리즈 2탄.



드디어 상가 쪽으로 발길을 돌리다.



예전의 town hall 자리엔 관광 안내소가 있고

마당 한 쪽엔 예전 감옥문을 옮겨다 놓았다.

자물통이 주는 어둡고 답답한 이미지.

그러나 그 자물통 뒤에도 푸른 잎들이 돋아나

봄햇살에 반짝인다.


봄은 'New Hope'인 것이다.



이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Suzies HOT Shoppe 주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가게에서 나오더니

참견을 한다.

희끗희끗한 꽁지머리에 

팔뚝에 문신을 한 것이

젊은 시절에 좀 논 것 같다.

그는 자기 가게 앞에 있는

오래 된 단풍나무에 대해 설명을 했다.

100년도 넘은 단풍나무에 대해 자신이 갖는 경외심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나무를 쓰다듬기도 하고

등을 대고 기대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 품에 안기도 했다.

나무는 바로 그 자신이었다.

3년 전인가 허리케인 'Sandy' 가 이마을에 왔을 때

자기가 가졌던 나무의 키만큼 크고 높았던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나무가 살아 있음을,

자기가 오늘도 숨을 쉬고 있음이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자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문 옆에는 이런 팻말이 있었다.


'Hippies use side door."




그 가게 앞의 단풍 나무에서

나무꽃이 툭툭 터지는 소리가 났다.

새로운 희망 (New Hope)을 알리는

축포를 쏘아대는 것 같았다.





보통의 상가 거리에서는 보기 어려운

물건들을 파는 상점이 꽤 많은 것 같다.

인디아 옷을 파는 가게.



New Hope에서 가장 오래 된

돌로 지은 건물.



다리가 하나 있는데

다리 바로 옆의 나무.

주름 하나하나 마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 듯.



땅 속으로 지은 집.

옛날 건축 양식?




오래 된 건물들의 모습.




저 다리 건너 편은 New Jersey 주



다리 옆의 화랑.



가로수.

나무가 베어진 주변으로

돋나물 처럼 생긴 풀이 자라고 있다.

누군가가 사람 얼굴을 그려 넣었다.


빈 자리에 사람이 보이는 것.


그것이 어린 왕자 식으로 말하면 마음의 눈이다.

그리고 예술가의 눈이기도 하다.

Avatar같지 않은가?




아이스 크림 가게의 간판,

'Moo Hope'

'New' 대신 소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Moo'를 썼다.

내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이런 웃음도 새로운 희망이 된다.



화랑도 제법 많이 눈에 띄고

도자기 굽는 공방도 있다.



창문이 있던 자리를 나무로 막았다.

그 나무에 다시 틈새가 생겼다.

담쟁이는 직각의 벽을 기어 오른다.

바닥부터.


시간이 느껴진다.

조금씩 변화되는 시간 속의 공간.




거리의 가로수로 심어진 배나무.

희망처럼 꽃이 피었다.

아지도 바람이 찬데.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그늘에 앉으면 바람이 차고

햇살 아래 있으면 견딜만 하게 따사로왔다.




'Soap Opera'라는 간판이 달린 가게.

꽃을 심은 화분에 불이 붙었다.

처음엔 사람들의 눈을 끌기 위한

장치인 줄 알았다.



수 많은 차들이 꼬리를 물고 

이 곳으로 향하고 있다.

정말로 새로운 희망을 되찾기 위해서일까?



델라위어 강 위에서는

배를 띄우고 낚시 주인 사람들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린 Allen Town

작년 이맘 때 들린 곳이기도 하다.


막 피어나는 연두빛 나무꽃이며

분홍색 벚꽃, 그리고 보라색 풀꽃, 흰 배나무 꽃

이 모든 자연의 빛과 향기를 

온 몸으로 맞으니

아닌게 아니라 내 몸에도 다시 생기가 흐르는 것 같다.


그래, 어디를 가도,

어디에 있어도

마음을 열고 있으면

봄은 새로운 희망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