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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봄의 첫 날


3월 20일.

춘분이다. 

1st Day of Spring.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날은 흐려도 아직까지 눈은 내리지 않고 있다.

꽃샘 바람이 아주 차다.

지난 주 북쪽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 온 사이 

여기저기 참 많은 봄의 가운이 자릴 잡았다.

눈이 온다는 소식에 오던 봄이

저만치 뒷걸음 치는 것 같다.

덩달아 내 마음도 흐린 하늘처럼 무겁다.


오늘 아침 축구장에 갔는데 너무 추웠다.

봄은 봄인데 아직 봄이 아니었다.

2016년 들어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1월과 2월 초엔 노르웨에와 한국을 다녀오느라

여러 번 빠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 머리와 근육의 알츠하이머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공을 잡으면 어찌 할 줄 모르고

덤벙대며 서두르게 된다.

머리가 하얗게 된다.


머리와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올 해만 하고 축구는 그만 하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봄을 맞은 첫 날 골을 넣은 것이다.

두 세 차례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날리고

공간 침투를 통해 골을 넣었다.


다시 마음이 바뀌었다.

은퇴는 내년 환갑이 지난 후에 고려하기로.


집에 돌아와 sadie에게

"Did I scored one GOAL, Yes?

라고 물었다.

"Yes!"


그러면 High Five!

손녀 Sadie와 High Five를 하고 나니

그제서야 정말 내 핏줄에도

수양버들처럼 푸릇푸릇 물이 오르는 것 같았다.


봄이다.




축구하러 가려고 집을 나섰다.

벗은 나무에 빨긋빨긋 나무꽃이 피었다.



하늘엔 구름.




해가 막 솟아오를 때

제법 장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집 앞의 수선화가 봉오리를 맺었다.

봄 바람이 와서 슬쩍 건들면

재채기라도 하듯이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히야신스도 은근한 향기를 풍기며 피었다.



 

잔디밭을 뒤덮고 있는 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