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미국 여기저기

내 마음의 정거장 - Secaucus에서

 

2011년 12월 23일.

큰 딸 소영이네 집에 가기 위해

Brooklyn에서 지하철을 타고 Penstation까지 갔다.

거기서 다시 NJ Transit 기차로 바꿔 타고 도착한 곳이

Secaucus 역. 그런데 잘 못 내렸다.

겨울밤이어서 목이 움츠러 들었다.

다음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내 장난감(?)을 꺼냈다.

 

 

 

 

나는 밝음 속에서

어둠을 응시했다.

 

어둠과 밝음의 경계

역의 창 밖으로는 95번 도로와 그 도로 건너편에 있는

마을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빛들이 나타났다.

95번 도로 위에는 밤을 달리는 차들의 불빛이

희고 붉은 빛의 선으로 남았다.

 

내 삶의 궤적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고

보이지 않는 선으로 남을 것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내 삶의 궤적은 무슨 색일까?

 

 

 

얼굴이 보이지 않는 저 여인.

무엇을 기다리며 앉아 있는 것일까.

날은 이미 저물었고

한 해도 다 저물어 가는데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가 밝은 것,

혹은 따뜻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는여인은 

다리도 외로울 수 있음을 알았다.

 

 

빈 벤치 위로 창처럼  공간이 나 있다.

 

차들이 달린다.

 

시간이 지나고 시간의 그림자가

빨간 선으로 남아

내 가슴 속을 바람처럼 지나간다.

더러는 어디선가로부터 돌아오고

더러는 또 어디론가로 떠나는

 

이 곳 기차 정거장.

 

무수한 빛의  흐름이

마치 음악의 멜로디처럼 흐른다.

 

불빛의 세레나데.

 

 

 

어디론가로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 동안 아빠와 딸은

장난감 인형을 던지며 놀고 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지 아니할까?

언젠가 우리가 타야할 기차를 기다리며

한 바탕 유희를 하는 것이 삶이 아닐까.

 

기차가 오면 그만 그 놀이를 접고 떠나냐 하는------

 

 

 

 

기차가 곧 도착할 예정이라는 사인을 보고

사랍들은 기차를 기다린다.

그러나 우리의 삶 끄트머리에 찾아올 기차는

언제나 오려는지.

 

 

 

                                                                                    In a Station of the Metro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
                                                                                   Petals on a wet, black bough.

 

 

Ezra Pound의 시 '지하철 정거장에서'에서처럼

어둠이라는 가지 위에

피어난 하얀 꽃이파리들 처럼

기차가 도착했다.

 

저 여인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저 여인의 시선은 어둠에 묻히고

그리고, 저 여인이 탄 기차도

곧 어둠 속으로 묻혀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떠난다.

 

 

기차는 서서히 속도를 내며

어둠 속으로 향하는데

그 끝은 어디일까

어둠의 끝, 그곳에 빛은 있는 것일까

 

 

기차도 움직이면 선이 된다.

 

움직이면 선이 되는 것일까?

 

 

모두가 떠난 자리에 벤치만 남았다.

낙엽처럼 사람들이 몰려 왔다가는

낙엽처럼 흩어진다.

 

아무도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 곳,

누구의 목적지도 아닌 곳이 정거장이다.

 

저 벤치에 수 많은 사람들이 앉았다 떠나지만

아무도 그 자리를 기억하지는 않을 것이다.

 

늘잊혀지는 존재이지만

늘 거기에 그렇게 존재하는 저 벤치.

 

재 벤치는 한 번이라도 선이 될 수 있을까?

선이 되지 못하는 슬프고 고독한 존재.

 

사람들은 모였다 흩어지길 반복해도

벤치는 거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람은 차고

어둠은 깊어만 가는데------

 

 

당신의 정거장 - 정채봉       

우리는 정거장에서 차를 기다린다.
  기다리던 사람을 맞이하기도 하고 아쉬운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정거장은 우리들 눈에 보이는 정거장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정거장을 통해 오기도 하고
  떠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정거장에 나가 맞아들이고
  떠나보낼 수 있는 것을 각자가 선택할 수 있다.
  희망, 보람, 도전을 맞아들인 사람은 탄력이 있다.
  절망, 권태, 포기를 맞아들이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한테는 주름으로 나타난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 레일에서 기쁨은 급행이나 슬픔은 완행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찬스를 실은 열차는 예고 없이 와서 순식간에 떠나가나,
  실패를 실은 열차는 늘 정거장에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보이지 않는 정거장에서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돌아오지 못한다. 누구이건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택하여야만 한다.
 
  행복이냐, 불행이냐, 기쁨이냐, 슬픔이냐, 성공이냐. 실패냐.
  그러나 모두들 행복과 기쁨과 성공을 원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방심하고 있는 순간에 열차는 왔다가 탄환처럼 사라진다.
  어떠한 순간에도 정신을 놓치지 않는 사람,
  꽃잠이 오는 새벽녘에도 깨어있는 사람,
  작은 꽃 한 송이에도 환희를 느끼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맞이할 수 있다.
  이 보이지 않는 정거장은 수평선이나 지평선 너머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현재의 당신 가슴속에 있다 

 

 

 

'여행 이야기 > 미국 여기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스톤의 봄  (0) 2012.03.22
비행기에서 찍은 사진  (0) 2012.03.21
허물어져 가는 것들의 애잔함 - Virginia의 Petersburg  (0) 2011.12.21
Seven Lake  (0) 2011.12.16
Wilmington Down Town  (0) 2011.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