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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국 여기저기

허물어져 가는 것들의 애잔함 - Virginia의 Petersburg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07


Jacksonvill에서 민기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North Carolina의 농장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North Carolina에는 목화 농장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확이 끝나서인지

  목화나무(?)위와 밭에 목화가 듬성듬성 남아 있었습니다.

마치도 이른 봄에 겨우내 쌓인 눈이 다 녹고

응달 진 곳에 아직 덜 녹은 눈을 보는 것처럼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Virginia의 경계에 들어서고 얼마가 지나서인가

Petersburg의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내는 그 곳에 한 번 들려 보자고 긴급 제안을 했습니다.

물론 OK!

 

셋 째에게 전화를 걸어 95번 도로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 지 알아보라고 하였더니

바로 길 옆이라는 응답이 왔습니다.

 

고속도로 옆의 Information Center에서

안내 팜플렛을 하나 얻었습니다.

 

흐리고 비 가 간간히 내리는 날의 Petersburg에 접어드니

한 마디로 우중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래 된 도시.

게다가 가난한 동네여서인지 건물들의 보존 상태가

별로 건실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존재함의 고단함과 힘겨움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제법 운치가 있는 집을 만났습니다.

한 때는 그럴싸 했는지 모르겠으나

날씨가 흐리고 주변 풍경이 을씨년스러워서인지

맥 없고 초라해 보였습니다.

성조기와 Union Jack이 함께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옛날에 무슨 담배공장이었다던가,

공사를 하는데 옛날 식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파킹장에 파킹을 하고

앞에 보이는 작은 식당을 한 장 찍었습니다.

카메라 조율을 위해서입니다.

 

 

 

골동품 을 파는 가게와 그 건물,

건물 자체가 이미 골동품입니다.

 

 

 

돌로 된 벽돌로 이루어진 도로.

쇄석도라고 하는 이 길 한 쪽이

수리를 하지 않아 움푹 패이고 물이 고였습니다.

그리고 비가 내립니다.

오래된 낯선 도시의 한 귀퉁이에서

비를 맞습니다.

빗방울도 힘이 들고 지친듯이 느릿느릿 내립니다.

 

 

 

골동품 가게 앞에 아내가 서 있습니다.

 

 

 

고물과 골동품 사이의 경계.

쓸모 없는 것과 귀중한 것 사이의 미묘한 차이.

잠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점점 스러져가는 나의 육신이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값어치가 올라가는 것과

점점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

내 자신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갈 것인지.

 

시간이 부리는 마술.

부조처럼 점점 더 뚜렷해지는 존재의 가치.

시간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 밖엔

딴 도리가 없습니다.

 

 

낡고 오래된 도시의 한 모퉁이의  카페.

죽은 듯 조용한 이 곳에도

몇 사람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오래 된 옷가지와 장식물을 파는 가게.

두 미녀가 나란히 섰습니다.

 

 

 

 

 

1836년 부터 있었던 가게입니다.

별 이상한 물건들이 꽉 차 있었습니다.

 

 

 

의자와 책상, 그리고 온갖 신기한 물건들.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보물일 수도 있고

그냥 잡동사니일 수도 있는 그런 물건들.

 

 

 

어느 작은 식당 앞에서

분위기 있는 식당 모습을 찍으려다

나를 찍고 말았습니다.

 

 

 

길 위에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2,3주 앞 둔 12월에

벚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주책 맞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우중충한 도시를

조금은 환하게 밝혀주는 것 같아

내 마음도 잠시 밝아졌습니다.

 

 

 

Court House.

Petersburg의 상징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거리에 있는 Banner에 저 건물 모습이 있습니다.

 

 

 

Court House 주변의 담쟁이 덩굴.

건물과 담쟁이 중 누가 나이가 더 먹었을까?

시간 ,세월, 이런 단어들이

내게 가까이 왔습니다.

 

 

 

 

겨울이어서인지 관광객의 발길이 딱 끊긴 것 같습니다.

Gallery 진열장에 누군가의 작품인지 진열이 되어 있는데

보아 주는 눈길이 없습니다.

참 쓸쓸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겨울비는 내리는데------

 

 

 

어는 건물이든 조금은 허물어지고

색칠이 벗겨져 있습니다.

온전한 것이 보이질 않습니다.

온전하지 않은 것들의 보이지 않는 소중함.

우리는 그것을 추억, 혹은 기억이라고 합니다.

 

 

 

저 가운데 집은 허물어지기 직전입니다.

무너져 가는 존재의 허무함이 짙게 묻어나는 광경입니다.

 

 

 

황량한 풍경은 어디나에 있습니다.

 

 

 

한적한 길 가의 식당.

그런대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아내가 내 모습을 찍었습니다.

사진 찍히기가 두려워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 거리에서도 Court House 가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칩니다.

 

 

 

아마도 옛날 기차역 건물인 것 같습니다.

한 때는 번성했던 교역의 중심지.

사람들과 화물들이 오고 가던 곳.

지금은 옛 시간을 더듬는 낯선 나그네의 발자국 소리만 들립니다.

사람들의 소리도 기관차의 엔진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옛 자취만이 눈빛으로 옛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부서진 건물 터.

뼈대만 남은 기관차.

무너진 것들 사이에

풀들만 무성합니다.

이럴 때 저 풀들을 보며 허무를 봅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바람 결에 묻어온 지나간 시간들의 이야기.

 

 

 

무너진 건물의 한 쪽 벽이 아직도 서 있습니다.

빈 창으로 빈 하늘이 들어옵니다.

안과 밖.

공간을 구분하는 벽,

그리고 막힌 벽이지만

안과 밖 사이에 소통할 수 있는 통로인 창.

벽이 벽이 아닐진대

저 창을 창이라 이름 부를 수 있을까.

 

 

 

아무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기차의 운행이 중단되고

인적이 끊어진 이 곳.

내 귓전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내 마음은 이리도 아려 오는데

 

하늘의 구름은 저리도무심합니다.

 

 

 

길 옆에 기관차가 무심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눈여겨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긴 거리를 달렸읍니다.

긴 시간을 달렸습니다.

'1916'이라고 쓰여진 팻말에서

  진한 슬픔,혹은 고단함이 묻어나왔습니다.

 

숫자 때문에도 마음이 아파지는 곳입니다.

이 곳 , Petersburg는-----

 

 

 

 

교각에 누군가가 낙서를 해 놓았습니다.

건물들은 허물어지고

세월은 흘러가지만

이 곳에서도

아이들은 태어나서 이렇게 낙서를 하며

유년의 시간을 채우며 커 갑니다.

저 낙서를 보며 이 스러져 가는 도시에도

어린 아이들이 살고 또 커 가고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낙서를 바라보며

아이러니 하게도 희망을 보았습니다.

 

 

 

고속도로로 돌아나 오는 길 옆에

벽화 같은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기차역과 강이 가까운 까닭으로

무슨 교역소 같은 것이 자리하고있었던 곳입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벽이 남아 있었는데

누군가가 벽화를 그려놓았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옆 아파트 건물에서

웬 할머니 한 분이 무어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잘 들어보니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정말 멋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또 사라지지고

사람들도 죽어서 흙이 되어 사라지지만

정이나 사랑 같은 것은 끈질기게 살아 남습니다.

오늘은 그 정이 낯선 이방인에게 질러대는 할머니의

목소리로 살아났습니다.

 

 

 

벽화 뒷 쪽 철길 옆의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Petersburg에 들어오면서 아려오기 시작했던 마음이

할머니의 외침으로 아물었습니다.

건물은 허물어지고

사람들도 사라지지만

정이나 사랑 같은 것은 끈질기게 남아서

저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떠 도는 것이 아닐런지------.

 

 

나 지금 나를 스치는

이 바람결에 속삭입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리고 사랑하리라'

 

안녕, Petersburg.

안녕,나를 스쳐가는 바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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