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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국 여기저기

Bushkill Falls


Bushkill Falls 


Bushkill Falls는

Pennsylvania 주의 Bushkill에 있는 몇 개의 폭포를 이르는 말이다.

지난 주말에 다녀온 곳이다.

집에서 한 시간 반 가량 걸렸다.


Memorial Day Weekend를 맞아 

아내는 지난 겨울 혼자 다녀왔던 

맷사츄세츠와 로드 아일랜드의 바닷가 마을을 다녀오고 싶어 했다.

그건 자기가 가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자기가 보고온 풍광들을 아직 보지 못한 

우리(나와 바로 아래 처제 부부)에게 보여주고 싶은 

지극히 곱고 자비로운 마음씨에서 비롯되었다.

난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막상 떠나기 전 날 

Bushkill로 목적지가 바뀌었다.


그건 처제가 Bushkill에 가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처제의 입에서 

몇 차례 Bushkill 이야기가 나온 걸 기억한다.

목적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Bushkill 여행이 왜 처제의 버킷 리스트의 하나가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20년도 더 되었다고 한다.

동서가 재직하는 대학의 Department(과) Secretary가 

Bushkill로 신혼여행을 다녀 왔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는 그녀의 말 때문에

처제의 마음에 판타지로 남은 것이었다.

그런데 20년 도 넘게 그 환상을 쫓아가지 못했는데

Bushkill이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으니

아무 때라도 갈 수 있다는 느슨한 마음 때문에 

미루고 또 미루다 보니 그리 된 것이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바뀌고도 남는 세월을 

훌쩍 넘겨버리고 만 것이었다.


보통은 아내 의견의 지분이 다른 세 사람의 그것을 합친 것보다 많긴 하지만

이번엔 특별히 처제의 버킷 리스트를 존중해서

Bushkill로 방향을 급선회 했다.


아무러면 어떠랴.

나이들어가면서 점점 줏대 같은 것이 내게서 멀어진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또 어떠하리


아내가 선택한 시골길을 느긋한 마음으로 달렸다.

길 가에 지천으로 늘어서 들꽃들만 바라보아도

눈과 마음이 명랑해졌다.


폭포 입구로 들어가는 길 양 옆으로 연못이 있었는데

주변의 나무 그림자가 물에 잠겨

온통 초록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벌써 도착한 사람들은 테이블에 준비해온 음식을 올려 놓고

 피크닉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명성에 비해 작은 주차장은 아직 널널했다.

오전 9시 30 분 쯤.

중간에 오면서 여기 저기 들려 풀꽃들과 놀기도 하고

아카시아 꽃 잎을 따먹느라 시간을 보냈지만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입장료(개인당 &13.00)르 내고 폭로 입구로 향했다.

줄도 서지 않고 통과했다.


네 가지인가 코스별 안내가 표지판에 있었는데

우리는 가장 긴 빨간 코스를 택했다.

소요시간은 두 시간 반 가량.


사람들이 다니는 길 빼고는 키 큰 나무들로 숲이 채워져 있어서

길이 어둑어둑했다.




물이 흐르는 계곡 군데군데

이런 나무다리를 놓아서 건너 다닐수 있게 해 놓았다.



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어서

게곡은 어두웠다.

그리고 나뭇잎 때문에 개울엔 초록 물이 흘렀다.




바닥은 대부분 이렇게 Board Walk(나무 판자를 깔아 그 위를 걸어갈 수 있게 한 것)로 되어 있어서

걸어다니기가 편하고 쉬웠다.



지도 보는 두 여자.

여행을 다녀도 길 찾는 건 여자들의 몫.

남자들은 그저 따라 다니거나

심부름만 하면 된다.

머리가 점점 퇴화되어가는 것 같다.


점점 머리 쓰기가 싫어진다.



하늘이 거의 나무잎으로 덮여서

게곡의 물은 녹색이다.

발 담그면 짙은 녹색물이 들 것 같다.





조금만 틈이 생기면

비집고 나오는 생명.


틈.



벼랑에 만들어 논 전망대.

모르는 사이에 한 장.






폭포라고는 하지만 애걔걔!

자기들 말로는 'Niagara Falls in Pennsylvania'라고 하지만

이건 완전 과대 광고다.


폭포 축에도 못 낀다.

내가 자주 걷는 Hudson  강 옆에도 이런 폭포는 있다.

그러나 Bushkill의 폭포는 나름 아기자기 하다.

폭로구경 보다는 물이 흐르는 계곡을 끼고

삼림욕을 하는 힐링의 역할로 제 격이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그 규모와 웅장함을 생각했던 우리 모두는 

조금씩 실망했지만

나무가 우거진 산 속을 걸어다니는 상쾌함은

나이아가라 폭포가 줄 수 없는 

Bushkill 폭포가 가진  비장의 무기였다.


그렇게 마음을 달랬다.



아내와 처제

초록물을 바라보면

초록의 기운이 몸에 돌기나 하는 것처럼

경건하게 물을 바라보고 있다.




삼각대도, ND 필터도 없이

장노출을 시도해보았다.


처절한 실패다.

결과적으로 볼만한 폭포 사진은 한 장도 없다.






여기가 Bride Veil이라는 이름을 가진 폭포다.


면사포 폭포.


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동서는 아예 냇물 중간의 바위에서 

사진을 찍는 열성을 보였다.




중간 중간 fern(아마도 고사리과 식물) 밭이 넓게 퍼져 있었다.

거기 햇살이 비추니

초록빛이 눈 부셨다





바위 틈에 풀이 하나 돋았다.

생명의 위대함,

혹은 승리.


물소리가 마치 박수 소리처럼 들렸다.

돌돌돌 소리가 나는 

음악 같은 박수 소리









나무에 매달린 어느 벌레




여기도 생명이---

틈이 있는 곳에 생명이 솟아난다.




나무에 기생하는 버섯.



여기도 틈새로 풀 한포기 돋았다.



거대한 뿌리

바위 사이사이로 길을 찾아 뻗었다.


틈.






물의 힘.




물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부분에서

살짝 무지개가 비쳤다.

잘 보이지는 않는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굽이굽이

길을 찾아 떠나고----






이게 메인 폭포.

100 feet 정도의 높이라고 한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Buffalo에서 오래 산 처제와 동서의 눈에

이것도 폭포로 보일까?

내 눈에도 별론데.


그래도 상쾌하고 명랑하게 걸어다니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렇게 두어 시간 나무가 우거진 산 속을 걷다 보니

우리의 여정은 끝이 났다.

규모로 보면 실망스럽지만

물소리 들으며 초록의 기운을

몸 속 가득히 채워온 시간이었다.

초록색 생명으로 가득 채워진 두어 시간을

실망이라고 규정지을 순 없을 것 같다.


감탄보다는 생명 자체를 흠뻑 체험했기 때문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매표소에서 표를 사기 위한 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섰다.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입구부터 풀밭에 차를 대고 걷는 사람들로 붐볐다.



입구의 연못에도 

나무의 초록 빛이 가득했다.


우리 마음도 찍어보면

저 연못 같지 않을까?


초록으로 가득 채워진 시간,

그리고 우리 마음.


바위 틈에서도 피어나는 풀 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도

작은 틈을 내는 일이야말로 

생명을 받고 숨을 틔워내는 일이 아닐까.


틈, 그 틈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