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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스페인 여행

스페인 여행 2 - 출발 2



-마드리드에 거의 다 와서 shade를 열고 발본 바깥 풍경

비행기는 날개를 접지 않고 밤 새 날았다.

내 주위에 나를 날게 하는 날개들은 얼마나 많은 것일까.-


우리가 Madrid를 향해 출발한 것은 1월 8일 금요일이었다.

나는 일주일이 넘는 시간 자리를 비워야 하기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 없는 동안 생길 수 있는 일들을

몇 가지 정리해서 인수인계를 하고

오후 3시에 가게를 나왔다.

혹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가게 문 닫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십 수 년 전부터 나는 이 말을 했는데

아직 한 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란 통상 일거리가 너무 많아서

남아 있는 인원으로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불행이라고 해야 하나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출발하는 날 아침에

동서 아파트(아지트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에 모여

은밀하게 비상 대책 위원회를 열었다.

사실 은밀하게라고는 했지만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그런 형태의 대책회의였다.

이미 우리가 탈 비행기 편과 호텔은 예약이 끝난 상태였고

나머지는 빈 여백이었다.

한심해도 그렇게 한심할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우리 당사자들에겐 오히려 무덤덤한 일인데

옆에서 제 삼자가 보면 더 답답한 상황이었다.

우리야 이미 묻지마 여행에 익숙해 있는데다가

뭘 꼭 보아야 하고 해야 하는 것에서

몇 발자국씩 거리를 둔사람들이었다.

아내를 빼곤 나머지 셋은 거의 스페인에 대해 무지한 상태였다.

아내는 수시로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블로그같은 곳에서 읽고

스페인을 다녀온 지인들을 통해서 

차곡차곡이라고 까지라고는 할 수 없어도 

어느 정도 정보와 지식을 축적해 놓은 상태여서

제법 우리에게 아는 체를 할 정도의 수준에 올라 있는 듯 싶었다.

정보를 손에 쥔 사람이

세상을 장악한다고 했던가?


그러니 아내는 

처음부터, 

이제와 항상, 

영원히

우리의 대장이다.

아내는 이번 여행에서도 

자연스레 떠오른 우리의 지도자이자 인솔대장이 되었다.


그리고 남은 우리 셋 중 동서는 동료 교수들로부터

몇 군데 추천 받은 장소를 들어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서

2등은 되었다.

처제와 나? 한 마디로 허당이었다.

대책 회의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발언을 할 여지가 없었다.

뭘 알아야 발언도 하고 더 나아가서 면장도 하는 것이다.


대책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마드리드 공항에 내려서

차를 빌리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차를 빌리기 위해서는

국제 면허증이 요구된다고 했다.

동서와 아내 두 사람이

국제 면허를 내기로 했고

대책 위원회가 끝나자 두 사람은

국제 면허를 내기 위해 AAA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


어떤가?

출발 당일 아침에서야

국제면허를 내고 여행을 떠나는 우리의 용감무쌍함과

순발력을 엿볼 수 있지 아니한가.

우리라고는 했지만 나에게는 용감함과 순발력이 없다.

단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일행에 끼어서 가기에

이리 무심하고 태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난 더불어 사는 나의 이웃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하는 일이라는 게 그렇다.

내가 잘 못하는 일을 누군가가 대신해 주면

그냥 '고맙다', '잘한다'라는 말 밖에 해줄 것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무작정 맨 땅에 헤딩하듯

우리의 스페인 여정은 시작되었다.

돈키호테라는 걸출한 문학이 탄생한

우리의 스페인여정은

마치 돈키호테가 풍차를 보고 돌진하듯

무작정 스페인으로 돌진을 하고 보는,

말하자면 출발부터가 돈키호테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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