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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스페인 여행

출발 1


올 여행의 목적지로 선택된 스페인을 선택한 것은

언제나 그러하듯 누구보다 큰 아내의 입김이 

제대로 역할을 한 덕이었다.


동서와 처제도 별다른 의견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눈치였다.

나도 일전에 tv에서 바르셀로나의 어떤 성당을 본 경험이 있으므로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한 번은 가 보아야 할 곳으로 마음 속으로 찜한 곳이기에

아내의 일방적인 통보에도

별로 거슬리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어딜 가도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탈의 기쁨과 더불어 호기심 때문에라도

이 번에도 어딜 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여행은 학창 시절 이런 저런 이유로 휴강할 때처럼

내 삶에 찾아오는 짜투리와도 같은 기쁨의 사간이기 때운인 것이다.


 학장직을 내려 놓은 동서의 스케줄도 전처럼 빡빡하지 않으니

아내가 여행 기간도 일방적으로 결정을 했다.

내가 가장 한가한 1월을 택한 것이다.

휴가철이 아니라 그리 바쁘지 않은 까닭으로

비용도 적게 먹힐 것이라는

아내의 의견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일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다.

지혜로운 아내를 만나면 평생 호강이 보장된다. 


올해는 목적지를 선택하는 과정이 생략된 관계로

여행준비가 다른 해와 달리  난상토론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그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좋은 면도 있지만, 

이곳 저곳 대상지를 목록에 올리고

상상의 나래를 펴보는 기쁨까지도 자연 생략해버리게 되니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었다.


맛뵈기라는 게 있지 않은가.

엿장수가 조금 잘라 주는 엿 맛은

많은 양의 엿을 사서 먹을 때보다

더 감질나게 단 법이다.

돈을 내지 않고 

조금씩 공짜로 맛을 볼 수 있는 맛뵈기는 

비록 포만감을 주진 못해도

흥분과 설레임을 가져다주는 

애피타이저로는 손색이 없는 것이다.

설레임과 흥분이라는 김치속이 빠진

깁장김치 맛을 보는듯한 싱거운 감성만 가진 채로,

그렇게 밋밋하게 우리의 스페인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난 스페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어디에 붙어 있는지

기후는 어떤지------


그 나라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것이

여행의 결격사유가 될 것은 없지만

나처럼 아무 것도 모르면서 여행을 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보며 너무 성의가 없는 것 같아 조금 미안하기는 하다.

많은 사람들은 철저하게 게획을 세우고

공부도 해서 여행경비 대비

알찬 결과물을 가지고 오는 것 같은데

난 전혀 공부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뭘 꼭 보고 배우려는 욕심도 없었다.

결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쓴 글을 읽어보아도

남들이 한 이야기 주워 들은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백과사전 뒤지면 나오는 글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많다.

그러니 나에게 여행이란 

달도 아니 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혹은 그 손가락을 쳐다보는 사람들 구경일 뿐이다.


스패니쉬 단어 몇 개와 숫자 정도를 조합해서

엉터리 스패니쉬로 약간의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외에

난 스페인과 연관 지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여행 전 스페인과 관련된 것들  몇 가지를 

두서 없이 머릿 속에서 꺼내 보았다.


파블로 카잘스,

피카소,

호세 까레라스,

싼 띠아고 순례길,

투우,

플라멩고 춤,

태양의 나라,

메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축구팀,

그 나라 대표 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즐겨 먹는 빠에야와

발렌시아 오렌지.

아 그리고 프랑코 총통과 스페인 내전.

나폴레옹이 침공했을 때

군사적으로는 점령당했어도 

정신적으로는 점령당하지 않았던 국민 정신.

그리고 추가할 것이

tv에서 보았던 성당과 그 것을 설계한 건축가(이름은 기나지 않았음)


채 스물이 되지 않는 것들로 

내가 어찌 스페인을 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일주일 여행을 갔다 와서 위의 것들외에

몇을 더 추가했다고 해서

어찌 스페인을 보고 안다고 말할 수있을 것인가.


어디를 여행한다는 것은 결국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다.

코끼리를 만지고 나면

만지기 전보다 

더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하는 이야기도 결국은

장님인 내가 코끼리 만진 이야기인 셈이다.



스페인 도착 전 한 시간 쯤 전.

비행기 창의 shade을 올리고 내다 본 풍경

도시엔 아직 불이 켜 있고

멀리 동이 트고 있었다.




눈이 쌓인 산 봉우리에

햇살이 내려와 앉았다.

눈에 햇살의 빛이 묻었다.



산 위에 햇살이 비친다.

하얀 것들은 아마 풍력 발전을 위한 시설물인듯.

나중에 스페인을 여행하다 보니

산마다 저런 것들이 아주 많다.




비행기 창을 통해 바라보니

높이 달도 떠 있었다.



이중으로 된 창.

가운데는 서리가 끼었다.

비행기 밖은 섭씨로 영하 5-60도가 되는 것 같았다.

하얀 구름만 보고서 

'나 밖에 나가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은

'나 얼어죽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음을-----

살면서 알지도 못하고 말하는 일은 얼마나 많을까?


기분이 그렇다는 것이지.




비행기 날개 저 편으로 또 한 대의 비행기

비행기는 보이지 않아도

비행기 구름으로 알 수 있는 존재.

내가 믿는 신의 존재도 그럴 것이다.




농장 같은

푸른 초지도 눈에 보이고----


골프장인가?

하여간 여태 여행한 다른 나라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데

비행기는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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