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열리는 나무 -Father's Day에
매 해 6월 셋째주 일요일은
아버지 날이다.
토요일부터 들썩이는 어머니 날에 비해
사람들이 아버지 날을 알고는 있는지 아닌지
분위기가 영 고요하기만 하다.
전체적으로 푹 가라앉은 아버지 날이긴 하지만
우리집의 아버지 날은 예외다.
대학 다니던 아이들까지 다 집에 돌아와서
온 식구가 모인 가운데
아버지 날이 엄숙하고 장엄하게 거행(?)되기 때문이다.
대학 다니던 아이들이 있을 때는
5월 어머니 날은 학기 중이어서
아이들이 다 모일 수가 없기에
이가 빠진 어머니 날이 되곤 했었다.
아버지 날이면 아이들이 다 모여
브런치를 만들고
또 아빠와 엄마만을 위해 다섯 아이들이
연주하는 목관 오중주까지 아버지 날을 화려하게
장식하곤 한다.
요즘은 다섯 아이들을 둔 집을 찾아보기 힘든 데다가
다석 아이들이 그래도 악기 연주를,
그것도 남들에게 흉 잡히지 않을 정도로
하는 집은 거의 없을 것이기에
맹세컨대
우리집의 아버지 날처럼 멋지고 화려한 아버지 날은 없을 것이다.
우리집 아버지 날은 지영이가 시나몬 케잌을 굽는
향긋한 냄새로부터 시작된다.
축구를 다녀와서
현관 문을 열면 이미 집 안은
갓 구워낸 시나몬 케익이 채우고 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아이들이 나를 데크로 안내했다.
커피한 잔, 으음.
의자 둘을 뭍이고 두 다리쭈욱 뻗는 것이
데크에 있을 때의 기본 자세이다.
데크는 지나치게 덥거나 춥지 않으면
내 도서관이기도 하고 쉼터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다 졸리면 잠깐씩 꿈 속을 헤메기도 하는데
그 달디 단 잠깐의 잠의 맛이란------
우리집 강아지들도
나에게 와서
'Happy Father's Day!!!!'
물통에 심은 연꽃의 봉오리가
막 꽃을 피우려고 한다.
흰 보자기를 씌워 놓은 채 끝까지
공개하지지 않았던
올 아버지 날의 Sprcial!!!!!!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아빠에게 카메라 모양의 초골렛을 아이들 숫자만큼 만들어
컵 케익 위에 얹었다.
"하, 그것 참"
아이들이 참으로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콜렛 뒤의 꽃 바구니는
집 뜰에 있는 꽃들과 나뭇잎을 따다가
아내가 만든 것이다.
또
'하, 그것 참' 소리가 나오는 걸 참을 수 없다.
전생에 내가 무슨 복을 지었는지-----
아내의 카드.
아이들의 카드.
해병대에 있는 막내의 글도 있는 걸로 보아
막내가 먼저 쓰고
그 카드를 집으로 보내 다른 아이들이 마저 썼거나,
막내가 메모리알 데이 주말에 왔을 때 써 놓고 갔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 어느 경우라도
차질이 없도록
계획하고 준비한 것은 지영이일 것이다.
아무 것도 묻질 않았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다섯 아이들 중 하나도 빠지지 않고
카드에 글을 적어 넣었다는 것이 내겐 참으로 중요하다.
난 아이들에게서 천국을 본다.
비록 막내 민기가 빠져서
목관 오중주를 들을 수 없었던 섭섭함이 없었던 건 아니나
멀리 있는 막내까지 카드 쓰는 일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다섯 아이들의 마음이 하나라는 것이다.
난 가장 행복한 아빠임에 틀림 없다.
아이들이 그렇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아내가 집에서 시멘트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건
한 마디로 다 아내 덕이다.
아, 나의 '안해'
내가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보다.
세 딸들과
우리 부부
지영이 자리에 준기가 들어왔다.
그라고 강아지두 마리도 합세해서 한 컷.
막내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기를 통해
"Happy Father's Day!"라는 경쾌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막내에게 물었다.
'아빠'라는 알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냐고.
'Happy'라는 대답이 들려 왔다.
전화를 끊고 준기에게 물었다.
"넌 아빠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니?"
'Safe'
우리 두 아들도
든든하고(safe) 행복한(happy)
아빠가 되면 좋겠다.
-에필로그-
브런치를 끝내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빠는 겨울 나무 같다고-------
봄 여름, 가을을 거치며
숱 많던 나뭇잎이 지고
벗은 가지만 휑하니 남아 있는
그 겨울 나무.
겨울 아침 출근 길에는
버릇처럼 새벽 하늘을 올려다 보곤 하지.
그런데 말이야
겨울이면
나뭇잎이 지고 난 앙상한 가지에
별이 열려 있는 거야.
나뭇잎이 지고 나서야
비로소 열리는
별.
별나무
아빠는 별이 열리는
별나무가 되었단다.
나의 꿈이나 희망 같은 것이 지고 난 자리에
열리는
별.
그래 이 아빠는 별나무야.
내 가지에서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져 내릴 때는
아쉽고 섭섭했지만
내 꿈이 진 자리에 너희 같이
아릅답게 반짝이는 별이 열렸어.
언뜻 보면
초라해 보일지도 모르는 겨울나무.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나무야.
이 아빠를 평범하지 않은
별나무로 만들어 주어서 고맙고 또 행복해.
하나 둘도 아니고 다섯씩이나
열린 별들.
누가 뭐래도
이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빠야,
나는.
애들아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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