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6년에 지어진 건물.-
Brunch 후에 Brian 부모님과 한 컷.
지난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날이 화창한 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가장 아름다운 봄 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꽃들과,
막 푸른 싹이 돋기 시작한 나뭇잎이
만들어내는 풍광은
그야말로 울긋불긋한 것이
꽃대궐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공기의 입자도 보이지 않는,
사진발이 기가 막히게 잘 받는, 그런 날이었다.
잠옷 바람으로 카메라를 들고 집 뜰에 나섰는데
바람이 맵게 불고 날씨는 추웠다.
4월도 벌써 하순에 이르렀는데
손이 시려웠다.
집 안에서 바라본 바깥 날씨는 완벽 그 자체였는데
밖에 나가보니
완벽하기엔 얼마간 부족한 면이 있었다.
한 달 전인가 둘째 딸 지영이가
결혼식장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코네티컷의 한 Barn(외양간)이었는데
지난 주일이 지영이와 함께 답사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봄나들이 하는 셈치고 길을 나섰다.
두어 시간 운전을 해서
도착한 곳은 코네티컷의 한적한 마을이었다.
미국 독립 당시에 이루어진 마을 같았다.
차에서 내리니 그곳도 바람이 차고 추웠다.
Brian의 부모님을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이른시간에 도착했으므로
커피 한 잔 마시기로 하고 동네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 안의 아내와 딸.
길 옆의 노란 파라솔 위에
꽃 그림자가 내려 앉았다.
길 건너 편에 보이는 것은 식당.
Brian부모님이 도착해서 간단히 인사를 하고
우리는 박물관 관리 사무실 앞으로 갔다.
Brian의 아버지는
무척 자상해서 나에게 여러가지를 설명해주었다.
오래된 건물이기에
건물을 지으며 사용된 못이 수제품이라고 했다.
아닌게 아니라 못의 머리의 크기가 일정하지가 않았다.
앞 뜰에 붉은 돌로 만들어진 벤치가 하나 있었는데
고인돌 모양을 하고 있었다.
코네티컷 강 가의 어느 곳에선가
나오는 붉은 돌로 만들어진 것인데
그 붉은 돌은 뉴욕 시내의 건물을 만들 때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돌은 배로 뉴욕까지 운반되었다고 하는데
설명을 둗고 보니
그 붉은 돌을 사용해 지은 건물을
깨 많이 본 것 같다.
뜰이 제법 넓은데
벚꽃이 만발한 것이 제법 고풍스런 운치가 있었다.
화단엔 수선화만 눈에 띌 뿐,
아직은 꽉 찬 봄을 느낄 수는 없었다.
관리 사무소와 박물관의 뒷 모습.
1776년에 지어졌으니
250년 가량 되었나?
Barn의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내부는 그리 크지 않았다.
125명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영 좁고 어두운 것이 답답했다.
네 시간 빌리는데 무려 $3,500
장식은 알아서 하고 음식도 따로 주문해야 한다.
그래도 5월 31일이면
날이 길어지니
밖에서 게임을 하며 놀 수도 있으니
그런대로 괜찮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casual'이 concept이란다.
나도 손님들도 양복을 입지 않고
타이를 매지 않아 되는 것이다.
Stell와 Brian은 미리 약속을 하고
갈색 신을 신고 온 것인지?
결혼도 그런 마음으로 하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2인 3각.
둘이서 한 쪽 다리는 서로 묶고
한 곳을 향해 달리는 게임 같은 것이 결혼이다.
옆에 한 사람이 있어서 외롭지 않고 힘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론 혼자 가고 싶을 때는
짐처럼 장애물이 되기도 하는 --------
배우자를 반려자로 보느냐,
아니면 장애물로 보느냐는
순전히 선택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결혼이 낙원일 수도 지옥일 수도 있는 갈랫길 앞의 선택.
고목 등걸에 키 작은
봄꽃들이 피었다.
그들의 재잘거림이 들리는 것 같다.
빛깔보다는 소리로
만난 키 작은 봄꽃들.
그 큰 키의 나무 꼭대기를 바라보지 않았다.
살아가면서도 키가 크다고 해서
그 머리만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그가 이룬 성취나 부-그런 것보다는
그가 지닌 따뜻함이나 친절함, 사랑 같은 것이
더 눈에 띄고 끌리는 법이다.
머리보다는
발 밑이 더 아름다운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다.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
언제나 예쁜 아내.
살아오면서 아내가 늘 예뻤던 것은 아니다.
'잠 자는 숲 속의 미녀'가 아닌
숲 속의 마녀처럼 보인 적도 여러 번이다.
아내는 늘 아내인데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아내의 모습이 변한다.
내 마음의 눈이 예쁘면
아내도 예쁘다.
결혼은 신앙과도 같은 것이다.
신앙이 신을 향한 자발적인 복종,
혹은 자발적인 구속이라면
결혼은 배우자를 향한
자발적인 예속이라고 할 수 있다.
2인 3각처럼 서로의 한 다리를 기꺼이,
그리고 자발적으로 묶는 것이다.
그리고 난 후에 보이고 경험할 수 있는
넉넉한 자유.
신앙 안에서,
결혼 생활 안에서
이 자유를 경험한 사람은 행복하다.
거의 2미터나 되는 Brian.
서로 입맞추기 위해서는
Brian은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Stella는 뒷꿈치를 들어야 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오랜된 집.
빅토리아식의 이 건물은 호텔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뒷풀이 정소로 안성 맞춤이다.
Brian 부모님이 우릴 데려오고 싶어했던
강가의 이 마을.
아들의 자켓을 급하게 빌려 입었는데
Brian의 자켓과 색이며 모양이 비슷했다.
우리가 Brunch를 했던 곳.
Griswold라는 사람이 1776년에 지은 건물.
Inn이었던 곳인데
지금은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식당 안은 옛날 것들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가구도 여기저기 상처가 났고
칠이 벗겨진 그대로였다.
그 맛에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 지도 모르겠다.
라이브로 재즈를 연주하는데
모두 나이 드신 분들이
힘을 빼고 연주를 해서인지 그런대로 듣기가 좋았다.
식탁 가운데의 석유 램프.
내가 어릴 때 우리집에도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우리는 그걸 남포라고 했다.
위 부분엔 그을음이 검게 묻어 있었고
가끔 할아버지께서 그을음을 청소하시곤 했다.
잠시 내 기억을 과거로 돌려준
마술램프.
카메라 세팅이 잘못 되어서
부득이 Sephia로 처리 했다.
오랜 된 건물이니
오래된 사진 같은 분위기가 나지 않을까 해서------
현재라는 시간도
흐르고 나면
오래된 시간이 되니까 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현재라는 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라고 말할 때
현재는 이미 과거형이 되고 만다.
저 두 사람의 앞날은 어떤 모습일까.
어느 가게 앞의 작은 배.
Rob(Brian 아버지)의 설명으로는
강 가운데 있는 큰 배까지
이동하는 데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배는 강을 떠나
사람이 아닌
꽃을 태우기 위해 땅 위에 정박중이다.
-꽃이 피면,
꽃을 실고 강으로 나갈 수 있으려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는 존재는
늘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 같다.
나 같이 태어난 곳을 떠난 사람에게도
그런 짙은 그림자가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시간들.
잠시 강마을을 거닐었다.
건물마다 세워진 연도를 알려주는
팻말이 문패처럼 붙어 있었다.
Rob은 우리를 기차역으로 데려갔다.
딸의 이야기로는 Rob이 기차를 너무 좋아해서
사람들에게 구경을 시켜주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달리지 않는 기차들이 그득한 곳.
그 곳에도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박제나 화석 같은 존재.
Brian과 Stella는
아내의 연출에 따라 포즈를 취했다.
아름다운 봄날의 기억이었기를-----
기찻길.
두 개의 트랙이 어느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며
함께 간다.
결혼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서로가 다른 몸이지만
한 곳을 향하는 것.
'사랑은 둘이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한
쌩떽쥐베리의 말을
나이가 들어서야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관차가 멈춘 곳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벚꽃 엔딩'이다.
우리의 봄나들이도 거의 마지막에 이르렀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언젠가 아내와 나,
두 사람의 여행이 끝나는 날이 올 것이다.
누군가는 먼저 이 세상과
작별해야 할 것이다.
그 날도 벚꽃이 피는 봄날이었으면 좋겠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에서 처럼
아내와 내가
한 다리씩 묶고 함께 걸어간 날들이
소풍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아이들처럼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질 수 있다면 좋겠다.
벚꽃 앞에 멈춘 저 기차처럼
흩날리는 흰 벚꽃잎을 축복처럼 맞으며
담담하게 서로가 서로에게
'안녕'
이라고 말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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