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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Pienza 일기

Pienza 일기 - Caffe GM

Pienza 일기 - Caffe GM

토스카니 지방은 10 월 중순부터 우기에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가 Pienza에 도착한 이래로 이 주일 동안은

해가 짱짱했다.

그러더니 10 월 중순이 되니 드디어 우기에 들어서게 되었다.

 

보통은 날이 맑으면 Pienza 근처에 있는 중소 도시로 

반나절이나 하루 일정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10 월 중순 어느 날인가 처음으로 비가 와서

그날은 Pienza에 머물기로 했다

 

Pienza  근처에 카페가 있는데

한 번 가보자고 아내가 제안을 해서

차를 타고 그 카페로 향했다.

 

걸어서 갈 수도 있는 거리이지만

따로 인도가 없는 차도를 이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차를 타고 갔다.

 

Pienza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 카페가 자리하고 있는데

양 옆에는 세라믹 제품을 파는 가게가 카페를 에워싸고 있는 형상이었다.

 

일반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이른 아침이기도 했고

날씨도 그리 좋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입구에는 장작이 쌓여 있었다.

 

그 카페의 이름은 Caffe GM이라고 했다.

Caffe GM은 그냥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원두를 수입해서 볶은 뒤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Roasting company였다.

 

직원 둘이

커피 원두를 볶아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려주었다.

커피에서는 약간 신맛이 났다.

 

그곳에서는 커피는 물론 커피로 만드는 

다른 상품들도 개발해서 팔고 있었다.

내 관심을 끈 것은 커피로 만든 맥주였다.

한 병 사서 마셔볼까 했는데

아내가 눈치를 주는 바람에 포기를 했다.

 

아내는 커피 한 봉지와 

M&M처럼 생긴, 커피콩이 들어 있는 초콜릿 한 병을 샀다.

초콜릿을 입에 넣고 씹는 순간

커피콩의 고소하고 쌉쌀한 맛이 정말 매력적이어서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초콜릿 먹기를 중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Caffe GM이 주는 매력은 느림과 불편함에 있다.

Caffe GM에서는 커피를 볶을 때 장작을 사용한다.

커피를 볶을 때 참나무의 향이 커피에 스며든다고 하는데

이탈리아의 오래된 방식이라고 한다.

 

직원들이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그 커피 한 잔에 담겨 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을 했다.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금 곱씹으며

커피를 홀짝홀짝 들이켰다.

 

미국에서 생존을 위해 바쁘게 살던 시간들도 나름 보람이 있었다.

삶의 방식이니까.

그러나 이탈리아의 시골에서

비 내리는 날,

천천히 향기와 시간까지 음미하며 마시는 커피 한 잔도

삶의 풍미를 널고 깊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