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원에 섰습니다.
햇살은 따스했고
바람은 서늘했습니다.
예쁜 꽃들이 거기 피어 있었고
또 한 편에서는 시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만물은 변해가는 것
색즉시공 공즉시색입니다.
성철스님의 입적 게송
'산은 산이고 물은 물입니다.'
까까머리의 내가
머리에 서리 내린 세월을 살고 있습니다.
까까머리도, 서리내린 내 머리도
다 내 모습입니다.
곧 꽃도 다 지고 시들겠지요.
시들고 마른 것도 다 꽃의 모습입니다.
가을 정원에 서서
나이 먹어감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아름다운 색깔의 꽃들의 유혹에
흠뻑 취해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