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캐나다 로키 산 여행을 다녀온 지가
벌써 몇 해가 지난 것일까?
그해 7월 말이었던가, 아니면 8월 초였던가.
캐나다 Banff 국립공원 중 하나인
Lake Louise를 찾았을 때
나는 영혼이 오슬오슬 떨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물론 빼어난 경관 때문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곳의 기온이
우리가 출발한 뉴욕의 그것과는
뚜렷하게 달라서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낮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호수 건너편에는
한여름이었음에도 만년설이
가늠할 수 없이 긴 세월 동안 묵혀은
신비한 눈빛을 내게 보내고 있었다.
그 눈빛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신비롭고도
슬픈 톤으로 내게 말을 건네고 있다.
2.
우리가 바닷가로 이사 온 지
만으로 1 년이 다 되었다.
바닷가에서 네 계절을 보낸 것이다.
겨울과 여름에 해가 뜨는 방향이 영 다르다는 것도,
아침마다 해가 뜨는 모습도 다르다는 것도
사철을 보내며 눈으로 마음으로
체험을 똥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여름철에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겨울엔 그저 바다에서 불어오는
아리고 시린 바람이 거리를 쓸고 지나갈 뿐이다.
그런데 지난 여름 휴가 기간이 끝난 뒤부터
바닷가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건물의 출입문을 열면
덤프트럭이 내 눈을 가로막고 있었다.
트럭은 앞 바퀴 말고
뒷바퀴가 한 쪽에만 한 쌍씩 세 군데나 달려 있어서
전부 열 네개의 바퀴가 트럭과
트럭에 실린 짐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트럭에는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두 개씩 실려 있는데.
트럭은 길 양 쪽으로 10대가 넘는 것 같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런 풍경과 매일 맞닥뜨리고 있는데
트럭에 실려 있는 커다란 바윗덩어리는
방파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이사를 왔을 때는
Riis Park부근과 90 street 정도에
두 개의 방파제가 있었는데
요즈음에 그 사이에 세 개 정도
방파제의 숫자가 늘었다.
그리고 바위를 실은 트럭들의 모습들이
요즈음도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
방파제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방파제를 만드는 것은
지구가 더워짐으로 해서 바다의 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그만큼 자연 재해의 위협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Lake Louise의 만년설도 조금씩 녹아
서서히 그 존재 자취가 소멸하고 있을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그곳을 찾을 때 만년설이 그때까지
그 자리에 남아서 내게
예의 신비로운 눈빛을 건넬 수 있을까?
오늘 창 너머로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Lake Louise의 만년설 녹은 물이
세상을 돌고돌다가 오늘
눈물처럼 섞여서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젠가 다시 Lake Louise에 가서
만년설의 보고 싶다.
그 깊고 신비한 눈빛과 간절히 만나고 싶은 것이다.
나는 내일 출근길에
아무리 날이 추워도 차를 타지 않고
전철을 탈 것이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하지 않는가.
이런 허름하기 짝이 없는 내 마음 한 조각이
기적처럼 나비의 날갯짓이 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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