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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천고마비, 천고학비(?)의 계절

천고마비, 천고 학비(?)의 계절

 

 

요 며칠 늦가을 하늘이 더할 나위 없이 푸르고 아득히 높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천고마비'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높고 너른 하늘을 보면

자연히 그 넓고 맑은 공간을 날고 싶은 마을이 슬그머니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사자성어 하나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천고 학(학선)(날) ' 

 

하늘은 높고 내(학선)가 그 하늘을 나는 계절이라는 뜻이다.

제법 그럴싸하지 않은가?

내가 가을에 태어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와 제일 죽이 맞는 계절이 가을이다.

 

그런데 하늘은 높고 하늘을 나는 것도 다 좋은데

문제가 생겼다.

 

여름 내내 신경을 써서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도 한 결과 몸무게를 140 파운드 내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제법 날씬한(?) 몸매에다 몸도 가벼웠는데

요즈음 그 몸매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 후 날이 어두워져

한 시간 동안 걷던 일을 중단했다.

그 시간 tv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막걸리 한 잔에 먹지 않던 안주까지 먹는다.

 

슬금슬금 몸무게가 느는가 싶더니만

오늘 아침 두려운 마음으로 체중계에 오르니

내가 마지노 선으로 잡은 145 파운드를 살짝 넘은 수치가 보였다.

 

체중이 줄 때는 기대감으로 올랐는데

오늘 아침엔 두려움을 가지고 체중계에 올랐다.

무심한 체중계를 두고 내 마음이 엇갈린다.

 

가을이면 천고마비라는 말을 하며

아내를 놀리곤 했다.

가을이면 하늘은 높고 마(리아)가 살이 찐다는 뜻으로

천고마비를 썼다.

 

천고마비는 아내뿐 아니라

나에게도 살이 찌는 계절인 것이다.

 

하늘은 높고 학선이 하늘을 나는 계절, 천고학비가 아니라

하늘은 높고 학선이 살찌는 계절, 천고학비가 될 위기가 닥친 것이다.

 

하늘을 날기는커녕

조금 날아오르다 무게 때문에

곤두박질칠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다시 마음 다잡고 

저녁 식사 후 게으름을 떨치고,

어둡다는 핑게도 던져버리고

산책길에 나서야 할 것 같다.

 

날기 위해서는 걷는 일부터 충실히 해야 할 것 같다.

 

"오늘도 걷는다만은---"

콧노래도 곁들이면 발걸음이 가볍지 않을까?

 

비만의 계절이 아니라

학선도 날고, 마리아도 비상하는

그야말로 천고마비, 천고학비의 계절을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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