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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Walden Pond를 한 바퀴 돌다

3월 11 일은 내가 미국 땅에 발을 디딘 날이다.

1984 년 3 월 11 일에 JFK에 도착했으니

올해로 만 34 년이 되었다.

우리 큰 딸의 나이와 같은 나의 미국살이.

 

미국 에서의 34 년 동안 나는 무엇을 했던가.

무얼 하는 지도 모르고

쳇바퀴를 돌리듯 살아 왔다.

 

아이들 다섯이 태어나고 자라서

집을 떠났고

비로소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틈 날 때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이젠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고 또 자연스레 취미가 되었다.

 

지난 주말엔 매사추세츠의 Amherst와 Concord 지방을 다녀왔다.

 

유별난 구경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미국의 뛰어난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이 태어나 자라고 시를 쓰던

Amherst의 조용한 분위기와

월든 호수가 있는 Concord 지방에서 활동했던

에머슨과 데이빗 소로우 같이 미국의 정신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싶은 마음이

우리를 그 곳으로 이끌었다.

 

Concord 지방은 명당으로 일컬어진다.

 

내가 풍수지리를 알아서가 아니라

한국 방문중 함양의 개평 마을이라는 곳에 들렸는데

그 곳에 있는 '정일품 명가'라는 게스트 하우스에 있는 비문의 내용이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콘코드 지방처럼

개평마을도 명당이라는 내용이었다.

 

하기야 에머슨과 헨리 데이빗 소로우 같은 사상가와

아내가 소녀 시절에 좋았던 소설, '작은 아씨들'을 쓴 Louisa May Alcott,

'주홍글씨'의 Nathaniel Hawthorne 같은 작가들을 배출한 곳이니

명당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Walden  호수에 도착한 것은 3월 11 일

오전 11 시 쯤이었다.

내가 미국에 처음 발을 디딘 날

콘코드 지방의 Walden 호수에 간 것은 우연의 일치였을까?

 

전날 잔뜩 구름이 끼었던 날씨는

제법 많은 부분 푸른 하늘이 얼굴을 내밀었다.

 

우리는 10 여 년 전에도 이 곳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메인 주의 아카디아 국립 공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막 해가 호수 저 편으로 기울 때였다.

 

아마 그 이후에 주 정부에서 이 곳을 관리하게 된 것 같은데

방문객 센터를 새로 지어서

공원 관리원들을 배치해서 관리를 하는 까닭이다.

 

 

 

 

 

 

개나리가 핀 줄 알았는데

다른 꽃이 눈 속에 피었다.

건너 편에 보이는 것이 태양열을 모으는 장치가 있는 곳이다.

 

 

 

 

Visitor Center.

 

 

 

Henry David Thoreau의 흉상

 

 

 

 

집을 지을 때 썼던 못

 

 

 

 

일기장

 

 

 

 

henry David Thoreau가 살던 오두막의 모형

 

 

 

침대와 난로,

책상 하나와 의자 셋이

집 안에 있던 전부.

 

 

 

 

 

 

 

 

Walden Pond 옆에 있는 기념품 가게.

나를 비춰 본다.

 

 

 

 

곳곳에 나무가 쓰려져 가는 길을 막는다.

 

 

 

 

호수 주변엔 지난 주 내린 폭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기가 David Thoreau가 살던 집터

 

 

 

 

 

 

물비늘

 

 

 

 

 

 

 

가족끼리 아이들 썰매를 끌며,

혹은 연인끼리

천천히 걷는 호수 둘레길

 

 

 

 

 

David Thoreau의 집터 옆에는 

돌무덤이 있다.

사람들이 올려 놓은 돌들이 모여 제법 큰 돌무덤 같은 형태를 이루었다.

누군가가 글을 써서 돌을 올려 놓았다.

 

"세상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살지 말고

 세상 안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해 살라."

 

 

 

물과 구름과 하늘이 만들어 낸 Marble

 

 

 

 

 

 

 

 

 

 

 

 

 

 

 

 

 

 

 

 

구름과 하늘이

호수 안에 내려 앉았다.

 

 

 

 

발을 모으고 잠시 쉬다.

 

삶의 많은 부분,

많은 시간을 함께 걸은,

그리고 걸어야 할 두 사람의 발.

 

 

 

 

 

David Thoreau의 책 'Walden'에는

호수가 얼마나 맑은지에 대한 내용도 있다.

 

과연 그렇다.

 

물 밑의 모래톱에 생긴 시간의 주름도 보인다.

 

 

 

 

눈을 던지고 사진을 찍는 젊은  친구들.

 

 

 

젊은이들에게 질 수 없잖아.

아내도 팔짝!

 

 

우리는 한 바퀴 월든 호수를 돌았다.

 

다시 돌아온 제 자리.

 

내 삶의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서야 할 출발점에서

나는 빈 손으로 남아야 할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가 아니던가.

 

David Thoreau는 

아주 최소한의 분량만의 물질만을 소유하며

사는 것을 실험했다.

한 사람의 삶을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으로 구분할 때

물질적인 면이 크면 정신적인 면은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것 같다.

 

David Thoreau는 2 년 하고 두 달, 그리고 이틀을

월든 호수의 숲에서 혼자 살면서 사색하는 생활을 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집을 짓고

작은 밭을 일구며 

호수에서 낚시를 해서 직접 삶을 꾸렸다.

밭을 가꾸어 자기가 먹고 남은 작물은

시장에 나가 필요한 물건과 바꾸었다.

 

물질에 많이 의지하지 않아도

삶을 꾸려갈 수 있음을 몸소 살험하고 보여준 것이다.

그는 삶은 물질적인 것 그 이상이라고 믿었다.

 

정신적인 부유함이 진정 중요하다고 믿은 David Thoreau는

숲 속의 생활과 사색을 기록했는데

그 책이 바로 'Walden; or, Life in the Woods'이다.

(월든; 숲 속에서의 생활)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법정 스님의 책 중에

'무소유'가 있는데,

물론 불교의 사상과도 일치하지만

법정스님이 Thoreau에게 영향을 받은 결과물이 

'무소유'의 정신임을 부인할 수 없다.

 

법정 스님이 몇 차례인가 바로 이 월든 호수를 다녀 가셨다고 했는데

스님은 성지 순례하는 마음으로 그리 하셨다고 믿는다.

 

스님이 이 곳을 가시기 위해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불광선원'이라는 절에 들리셨는데

절에서 야단법석을 차려 법회를 열었다.

나도 가서 스님의 법문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무소유'의 삶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때 나는 생각했다.

'나도 무소유에 대한 법문은 할 수 있겠다고.'

 

그러나 나의 삶은 '무소유'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었는지----

그 때 나는 무소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있었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이라는 유명한 사진 작가가 있는데

이 사람은 50 mm 렌즈만을 사용했다고 한다.

50mm 렌즈의 화각이 사람의 그것과 제일 비슷하기 때문이다.

50 mm 단 초점 렌즈 하나로 많은 명작을 남겼다.

 

나는 월든 호수를 돌면서

서로 다른 줌렌즈를 장착한 카메라 두 대를 

목에 걸었다.

아름다운 경치와 바람소리를 즐기기 보다는

카메라 두 대에 마음을 빼앗겨 나를 잃었다.

 

좋은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욕심.

 

David Thoreau가 살던 집 터 부근의

키 큰 소나무를 스치던 바람 소리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버려라, 놓아라.'

 

내가 떠나온 그 지점에 이르렀을 때

나는 다 비우고

다 내려 놓은 채

호수 위 흰 구름처럼 그렇게 가벼울 수 있을까?

 

David Thoreau가 쓴 Walden의 한 부분을 인용해 본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생각하며 살아보기 위해서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내가 죽음을 맞이할 때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인생을 깊게 살기를, 인생의 모든 진수를 맛보기를 원했으며, 

삶이 아닌 것은 모두 쫒아낼 수 있도록 간소하고 강인하게 살기를, 

그리고 인생을 궁지로 몰아넣은 다음 그것이 비천한 것인지 아니면 숭고한 것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내가 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이 악마의 것인지 또는 신의 것인지에 대해 이상하게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직도 우리는 벌레처럼 비천하게 살고 있다. 

우리의 인생은 사소한 일들로 헛되이 쓰이고 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해가며 살아야만 하는가? 

-Walden,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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