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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편의점에서의 한 끼 식사

한국 방문을 하면서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편의점에서

한 끼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 중 하나가

편의점에서 컵 라면과 김밥을 먹는 것이었는데

김밥과 라면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 번은 꼭 흉내를 내고 싶었던 일이었다.


기회는 우연치 않게 찾아왔다.

명동 성당에서 7시 30분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아침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이리저리 찾아 헤메다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다.


-옳지,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나는 소고기 김밥, 아내는 삼각 김밥.

그리고 컵 라면 하나씩을 샀다.

우리의 행동이 뭔가 어색한 걸 눈치 챈

편의점 알바 청년이

뜨거운 물 내리는 법등을 친절히 알려 주었다.


겨울 아침의 라면 국물은

추운 몸에 열기를 선물해 주었다.


소원 성취.


둘이서 한 끼를 먹는데

오천 원이 채 안 들었다.


내게는 푼돈일 수도 있는 돈이

누군가에게는 전 재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아내는 재미 삼아 한 끼를 편의점에서 해결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혹은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혼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것이다.


편의점에서 먹은 김밥과 라면.

누구에게는 재미 삼아 하는 일이지만

누구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참으로 많은 사연을 가지고

사람들은 오늘도 편의점에서의 한 끼를 해결할 것이다.


삶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것 같다.


김밥 한 줄과 라면 한 그릇에

참 많은 것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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