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대를 새로 하나 장만했다.
천성이 게으르고
일처리도 대충대충하며
귀찮은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사진 찍을 때도 삼각대는 거의 사용하질 않는다.
절실하게 뭘 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으니
만사가 다 헐렁헐렁하다.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위해선
때로 삼각대를 사용해야 함은 필수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오늘 새벽에 새로 구입한 삼각대의 머리를 풀기 위해
Piermont로 길을 나섰다.
원래 일기예보대로 날이 흐렸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Hudson 강 옆 Pier에 삼각대를 펼쳤다.
날이 흐렸음에도 멀리 붉은 빛이 띠 모양으로 나타났다.
이럴 때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건 당연지사.
워낙 구름이 끼어서 기댈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하늘에 불이 난 것처럼
하늘의 한 부분이 활활 타기 시작했다.
한 5분여 동안 그리 하느리 타더니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끝이었다.
하늘은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우중충한 회색 낯빛을 하고 있었다.
화씨 17도.
추운 날 강바람을 맞으며 30여분을 머물렀지만
하늘의 불기운 때문에 그리 춥지만은 않았던
오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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