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축구하러 나가려 문을 여니
제법 한기가 느껴졌다.
운동장으로 가다 보니 작은 물웅덩이의 물이 얼어 있었다.
나뭇잎이 거의 다 져서 가을이 간 줄은 알았는데
막상 겨울이 코 앞에 닥치니 조금 당혹스러웠다.
잔디에도 서리가 내려 앉았다.
작은 풀잎에도 서리꽃이 피었다.
날이 흐린데
저 멀리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날은 하루 종일 검고 낮은 구름을 드리웠다.
마른 풀잎에도
햇살은 공평하게 내려 앉는다.
축구를 마치고
셋째를 맨하탄 아파트에 내려준 후
거기서 멀지 않은
Fort Tryon Park로 갔다.
그곳에도 가을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마침 무슨 행사가 열렸는데
독립전쟁 당시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그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 같았다.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에총도 쏘고----
백파이프도 연주했다.
아직도 몇몇 꽃들은 지거나 시들지 않고
산뜻하게 우릴 맞았다.
예쁜 꽃을 담는
아내의 손길도 바빴다.
아마도 올해 볼 수 있는 마지막 꽃이 될 것이기에.
날이 흐려 모든 것이 흑뱃으로 보이는데
유독 단풍 잎 몇이 남아
시선을 끌었다.
'아아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김성태 곡 '이별의 노래 중에서-
가을이 깊었다.
나무의 나뭇잎은 다 졌는데
담쟁이 덩쿨은 아직 푸르기만 하다.
이렇게 하릴 없이
이 가을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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