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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의 다육이 들이 눈을 뜹니다.
나도 눈을 비비고 데크로 나갑니다.
오후에
축구 경기가 있는 까닭으로
일요일 아침 시간이 약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집 한 바퀴를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간 밤에 거미들이 다녀간 모양입니다.
거미줄이 햇살에 반짝입니다.
이렇게 꽃이 핀 다육이들도 있습니다.
작고 앙증맞습니다.
풀꽃들이 자라는 물통.
고인 물 때문에 모기가 알을 낳았습니다.
아내가 어떻게 모기 퇴치법을 알아 내었는지
금붕어를 사다 물통에 넣었더니
모기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나 같으면 아예 물풀을 키우지 않고
일을 만들지 않을 텐데
아내는 일을 만들어 합니다.
아내는 지혜롭고 부지런합니다.
내일 해도 될 일을 오늘 해치웁니다.
그러니 일이 끊어지는 날이 없습니다.
나는 '내일 할 일을 오늘 하지 말자.'라는
신조로 살아갑니다.
아내의 말을 따르려면
늘 일을 해야 하니
짜증 나고 고통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아내가 나의 신조를 따르려면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읍니다.
그것 또한 고통스럽습니다.
그러고 보면 부부로 살아가는 일이
기적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부부로서 잘 살아간다는 것은
그 둘을 조화롭게 맞추어 가는
마음을 먹는 일인 것 같습니다.
지금 저 물통 속에선
빨간 금붕어 두 마리가
사이 좋게 살고 있습니다.
데크를 둘러보고 텃밭으로
발길을 향합니다.
앗, 드디어 부추꽃이 피었습니다.
내가' 드디어'라고 말 하는 건
텃밭을 일구지 않았던 지난 해엔
무성하게 자라던 부추를
지난 주까지 보질 못했기 때문입니다.
텃밭에 펜스를 두르고 흙을 갈아 엎으면서
실수로 부추를 다 파버린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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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서운하던지요.
그런데 텃밭에 나가 보니
반가운 얼굴이 인사를 합니다.
꽃까지 피워 올린
부추가 쑥쑥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한 웅큼 베어다가
부추전도 해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꽃들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슬인지 아니면 물방울인지
햇빛에 반사되어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허브에도 꽃이---
향기도 좋은데
꽃까지 피어서
코와 눈이 다 즐거운 아침입니다.
풀섶에 맺힌 물방울(이슬)
막 굴러 떨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듭니다.
투명한 방울 소리가 날 것 같습니다.
풀잎에 뱆힌 물방울들.
아주 예쁩니다.
장미
내 얼굴만한 꽃
아주 커다란 무궁화 꽃처럼 생겼습니다.
우리집 건너편 Russell네 집의 루드베키아.
Russell 아빠가 은퇴한 후
부쩍 정원 가꾸는 일에 열중합니다.
데이지인가요?
지난 주까지 한창이더니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피어 있는 것,
이미 피고 진 것,
그리고 앞으로 피어날 것들이
한데 모여 있습니다.
단풍 나무도 더워서인지
빨갛게 익어갑니다.
장미에도 이슬이-----
저 이슬에는 장미 향이 배어 있겠지요.
장미향이 나는 이슬.
화살나무잎 중
성급한 녀석들은
벌써 빨간 물이 들었습니다.
여름이 다 가고 있음을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하기야 입추도 지났다지요?
그리고 이 강아지풀.
물기를 머금어서
햇살이 비치니
작은 보석을 촘촘하게 박아 놓은 것처럼
영롱하게 빛이 납니다.
가슴이 뛰었습니다.
노출을 달리 해서 수 십장 찍었는데
모두가 꽝입니다.
너무나 아쉽습니다.
번번히 부딪치는 문젠데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ND 필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Polarized filter,
그것도 아니면 둘 다?
연구해야 하는데
좋게 말하면 바쁘고
다르게 말하면 게으릅니다.
정말 오랫만에
아침 미사를 가야 합니다.
그리고는 축구 ,
하루 일정이 빠듯합니다.
내가 바쁜 건지 아니면 게으른 건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텃밭의 채소는 나의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쑥쑥, 그리고 무럭무럭
잘도 자랍니다.
쓰윽 훑어보기만 하는 나 말고
부지런히 만지고 솎아주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부지런한 손길이 있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