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 유안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 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 없은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에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에 눈금과
땅에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방학 때도 늘 바빴다.
특히 음악하는
아이들은
멀리 Vermont주의 KInhaeven이라는
음악 캠프에서 한 달이라는 기간을 지내기도 하였다.
가는 데만 다섯 시간 반이나 걸리기에
아이들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것이 여간 힘이 들지 않았다.
왕복하는 데 거의 열 두 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사정상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니
철인적인 정신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게다가 캠프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콘서트가
격주로 열리니
그 콘서트를 구경하려고 일요일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밤 열 두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오던
기억들이 8월이면 떠오르곤 한다.
그래도 그 고단한 길이 힘들지 않았던 것은
길 가에 지천으로 피어나던 들꽃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뉴욕주의 트로이라는 곳에서
버몬트 주로 넘어가는 경계 쯤 되는 곳에
구불구불한 고갯길이 있는데
그 어느 구비의 비탈진 언덕에
들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곳이 있었다.
몇 번 지나친 후에
하루는 조금 더 가서 차를 세운 후
그 비탈을 올라가 들꽃 속을 거닐었다.
이미 진 꽃도 있었고
막 피기 시작하는 꽃도 있었다.
제 각기 다른 모양과 색으로
피어 있었다.
다른 꽃을 부러워 하거나 시기하지도 않고
자기 자리에서 피어나
언덕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꽃들은 분별심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다.
그 들꽃들은 천사와 같았다.
분별심이 사라진
평화로움이 곧 아름다움이었다.
나의 모습, 나의 색 그대로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라는 꽃을 피우는 일이야 말로
견성이고 해탈인 것이다.
들꽃 핀 언덕을 거니는 동안
모든 걸 내려 놓을 수 있었다.
무념무상.
시간도 잊어 버렸다
.
들꽃 핀 언덕은
그곳에 있는 존재는 그 무엇이나
아름답고,
아름다와지는
하느님의 정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