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미사를 다녀왔다.
사제는 아버지들에게 특별강복을 주었고
이런 카드 한 장씩을 선물로----
그런 훌륭한 아버지가 되라는 강요 비슷한 내용의 기도문.-
미국에서는 6월 세번 째 일요일을
Father's Day로 기념한다.
어머니 날에 비해서 훨씬 조용하다.
아버지가 어머니에 비해서
존재감이 떨어져서인지
아니면 조용히 지내도
별 상관 하지 않는 아버지의 너그러움 때문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집은 조용히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극성스러워서인지
아니면 아빠인 나의 존재감이
크고 무거워서인지-----
난 모르겠다.
미사에 다녀오니
아이들이 와 있었다.
지영이와 Brian은 지난 겨울 동안 차고에 넣었두었던
파라솔을 꺼내 올리고
테이블과 의자을 닦으며 점심 준비를 하고 있다.
Sadie 아빠 Robert는
햄버거 패티와 hot dog을 굽고 있다.
치즈를 그 위에 올려 구웠는데
고기가 부드럽고
치즈가 잘 녹아서
그렇게 맛이 있을 수가 없다.
반가운 손주 Sadie도 와서
우리보다 앞서
벌써 점심 식사 중.
어른들이 한눈 파는 틈을 타서
Sadie의 손은
은근슬쩍 과자 봉지로-----
셋째와 Sadie.
모두가 그렇지만
셋째는 Sadie가 자기의 Best Friend라며
좋아하고 잘 놀아준다.
캌테일 재료.
Brian이 캌테일 (blue monkey)를 만들고 있다.
잘만 하면
푸른색과 노란색과 베이지 색이
따로 분리된다고 하는데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도 달콤한 것이
아이들 어릴 적 기억 같이
혀끝에 묻어나왔다.
그리고 두어 가지 종류의 캌테일을 더 마셨다.
그리고 맥주 한 병.
아이들에게 캌테일 이름을 물어 보았는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벌써 다 잊었다.
알코올 탓인지
내 노쇠한 두뇌 탓인지------
큰 아들이 빠졌다.
아들은 어제 내게 카드를 보냈다.
엄마와 아빠를 기쁘게 하기 위해
자기도 열심히 일을 한다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빠를 사랑하다고.
새벽에 일어나
아들의 face book에 글을 남겼다.
"Whenever I think of you,
I'm filled with happiness.
I'm really grateful that you are my son."
그리고 성경 말씀을 인용해서
내 사랑을 표현했다.
"You are my beloved son,
with whom I'm well pleased."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은 사랑스런 존재다.
그러나 자식으로 인해서 기쁨을 얻기 위해서는
자식의 자발적인 마음씀과 의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버지의 뜻을 알고 그것을 실천하려 했던
예수 그리스도.
우리 아들은 그런 존재다.
적어도 내게는.
그린 몽키의 빛깔과
Sadie의 머리 밴드의 빛깔이 참 많이 달았다.
아, 달콤한 우리 Sadie.
아이들을 생각하며
머릿속에 가만히 하나하나의 모습을 그려볼라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제 우리 아이들 다섯에
손주 Sadie 가 하나 더 늘었다.
살아가면서 얻는 이런 행복을 누리는 것은
오로지 아이들 덕분이다.
그러니 아버지 날에 내가 받는 모든 호사와 행복은
다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세상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을지 모르나
아빠로서는 성공한 삶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세상에서의 성공은 기분 좋은 일이지 모르지만
아빠로서의 성공은 행복하고
감동스런 일이다.
어깨 벗은 겨울나무에
사뿐히 내려 앉은 흰 눈.
햇살에 반짝이는 눈처럼
나의 존재를 아름답게 치장해준
나의 아이들.
아버지 날은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금 깨닫고
그것을 감사하는 날이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그 엄청나고 귀한 선물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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