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시작 전에 Barn 앞에서 한 장.-
나무 판자에 쓴 글은 '어린 왕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와 딸 지영이는 '어린 왕자'의 왕 팬이다.
서정주 식으로 말하자면
사춘기 시절의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어린 왕자'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어린 왕자를 사모했고
그에게 사로잡혔다.
지영이도 그렇다.
결혼 3 주 전인가
지영이가 자기 엄마에게 부탁을 했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자기가 좋아하는 구절을
나무 판자에 써 달라고
글씨 좀 쓰는 아내에게
안심하고 임무를 준 것이다.
아내는 고민을 하다가
결혼식 며칠 전에
다시 아는 분의 딸에게 부탁을 했다.
누구에게든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 아이는 동생의 West Point 졸업 때문에
빼낼 수 있는 여분의 시간이 빡빡했음에도
기쁜 마음으로 승락을 하고
졸업식에 갔다와서
밤 늦도록 작업을 해서 글씨를 완성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
지영이는 Brian을 자기 남편으로 받아들이며
그의 외모나
그 어떤 것이 되었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중한 그 무엇을
그의 내면에서 보았을 것이고
그런 자기의 마음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린 왕자의 귀절을 빌어
자기의 신랑과 결혼식에 온 사람들에게
넌지시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글씨가 아닌
글씨 속에 숨어 보이지 않는 그 무엇.
지영이는 어린 왕자의
한 구절을 빌어
우리 모두에게 러브레터를 쓴 것이다.
"진실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