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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오월에 드리는 편지

 

+ 주님의 평화

둘째의 혼배미사는 은혜롭게 잘 끝났습니다.
딸아이는 미사 중간에 울먹이기까지 하며
생각하지도 못했던 미사의 은혜를 체험한 것 같았습니다.

아주 검소하게 혼배를 치루었습니다.
처음엔 혼배예식만 하려고 하였는데
본당 신부님께서 미사로 바꾸셨습니다.
가족들과 친구 세 부부만 초대를 했습니다.
동생의 아내가 오르간 반주를 해 주었고
축가는 참석한 모두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즐거운 나의 집'을 합창으로 대신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부부의 앞날을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노래와 기도로축복해주었습니다.

파티는 2주 후에 있을 것입니다.
딸 아이가 게획하고 손님도 초대하였습니다.
엄마 아빠도 초대 받아 가는 형식입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손님은 자기 중심으로 가까운 사람이 초대 되었습니다.

축하 파티는 조금 힘이 들 것 같습니다.
전 날의 리허설, 그리고 신랑 가족과의 식사.
다음날 오후부터 시작하는 파티는
코넥티컷의 아주 오래된 마을의 외양간에서 열립니다.
어제 주일에도 딸 셋이 우리 집에 모여
파티장을 꾸밀 장식을 만들었습니다.
종이를 사다가 오려서 장식을 만들어 긴 끈에 달았습니다.
손님들이 사용할 빨대에도 이름을 적어 붙였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을 이름표며 여러가지 준비를
아주 많은 공을 들여 손으로 하더군요.
일일이 손으로 쓰고 붙이는 걸 보니
예사 솜씨가 아닌 것이
내심 딸들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으로 쓴 글씨가 마치 인쇄한 것 같았습니다.

세자매가 모여 일을 하면서 중간중간
터뜨리는 웃음소리가 즐거웠습니다.
둘째가 자기의 결혼식을 계획하고 두 자매가 그걸 도와서
실행하는 모습이 참 아릅답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내일은 큰 딸의 대학원 졸업식입니다.
결혼하고 직장(학교)을 다니며
아이까지 키워 가며 이룬 결과입니다.
많이 늦긴 했어도
큰 딸 아이에게도 격려를 보냅니다.


어제는 아침에 성당의 빈첸시오 회원 몇 분과
감옥에 있는 사람들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저는 대자와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대자의 어머니도 함께 가셨는데
전에 썼던 글 '참된 피난처'라는 글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름답게 사는 분들을 보면서
많이 행복했고 흐뜨러진 마음도 다시 추스렸습니다.
세상이 험하고 고통스러운 것 같아도
주변에 계신 분들을 보면
세상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풀섶의 들꽃처럼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아름답게 피어나 제 자리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며
더불어 주위의 세상도 아릅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람 때문에 실망하지만
사람 때문에 다시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5월이 가고
6월이 되면 조금 한가해지겠지요.
그리고 본격적인 여름--------

시간 속에서 살아가면서
시간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주변에 마구마구 돋아나는 푸른 잎에 눈맞추고
속으로 '아 오월'이라고
나즈막하게 나에게 속삭여 보렵니다.

김요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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