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뜰
다육이 너머
길 쪽에 피었던 과꽃이랑
백일홍은 지난 주 내린 서리에
잎이 얼었던 모양이다.
시들시들-------
두어 송이 남은 백일홍의
꽃잎도 물기가 말라
마치 dried flower 같다.
뒷 뜰.
같은 나무인데도
해가 드는 윗쪽의 나뭇잎은 붉게 물이 들었는데
아랫 쪽은 여전히 녹색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잎인데도
색이 다르다.
텃밭 가장자리에 피었던
부추꽃도 물기가 다 말랐다.
뒷뜰에 쌓인 낙엽.
세상에서 가장 많은 것이
낙엽인 것 같다.
치우고 치워도
끝이 없다.
낙엽은 내게 겸손하라고 이른다.
완벽하게 낙엽을 치울 순 없는 노릇이다.
치우고 돌아보면
또 몇 잎이 떨어져 있다.
완벽할 수 없다는 것,
어딘가에선 멈추어야 한다는 것을
낙엽 치우며 깨닫게 된다.
짐 앞의 단풍나무는
거의 다 졌다.
앞뜰의 낙엽 치우는 일은
크게 힘들지 않을 것 같다.
집 들어가는
현관 앞의 제라늄 화분 둘.
봄부터 쉬지 않고 꽃을 피웠는데
날이 추워지면서 조금 주춤,
그런데도 꽃봉오리가
또 여럿이 벌어지려는 기색이 보인다.
더 추워지기 전에 집에 들여 놓아야 겠다.
겨우내 집 안에서도 꽃을 볼 수 있으니까.
뒷뜰에서 긁은 낙엽이
잔디밭 끝에 나란히 줄을 섰다.
뒷뜰의 나뭇잎는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해서
아직도 나무를 빼곡하게 덮고 있는데
낙엽 치울 생각을 하면
답답해진다.
바닷가의 모래알보다 많은 것이
떨어진 나뭇잎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곧 떨어질 잎이지만
참 곱게 물이 들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그래도 내 마음이 고운 색에 빠지는
은밀한 황홀함을 가을엔 느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