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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마라톤 스케치

NY 마라톤 스케치

그제 큰아들에게 연락이 왔다.

일요일에 자기들이 살고 있는 Park Slope에 와서 마라톤 경기 응원을 하고 함께 브런치를 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뉴욕 마라톤 경기가 있는 날은 Park Slope에 가서 마라톤 경기에 참여한 사람들을 응원하고

다시 자리를 옮겨 결승점이 있는 센트럴 파크까지 가서 끝까지 뛴 선수들에게 박수를 치는 것이

언제부터인지 아내와 나의 전통이 되었다.

 

아내는 장모님을 돌보기 위해 거의 매일 뉴저지로 출퇴근을 한다.

그래서 올해는 나 혼자 큰아들이 살고 있는 Park Slope로 갔다.

처음엔 가는 걸 망설였다.

그것은 교통편 때문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내겐 좀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올 4월에 태어난 손자 Juno를 한 번이라도 더 보는 것이

우리 관계 발전(?)을 위해서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 뉴욕 마라톤 데이의 전통을 고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침 여덟 시 미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선 시간이 아침 아홉 시.

어제까지만 해도 11월이 되었어도 여전히 초가을 같은 날씨 때문에 동네 마실을 다닐 때면 반바지를 입었는데

오늘 아침은 갑자기 날씨가 자신의 본성을 드러냈다.

바람이 불고 추웠다.

버스를 두 번 타고 아들네가 살고 있는 Park Slope에 도착한 것이 10시 50 분 가량 되었다.

우리 차로 이동하는 것보다 두 세 배의 시간이 걸렸다.

 

Juno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다행히 낯을 가리지는 않았다.

내가 안고 있어도 Juno의 눈은 여전히 제 엄마 아빠를 따라다니느라 바빴다.

 

Juno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라멘 집으로 갔다.

일본식 라멘 집인데 10여 년 전, 파리에 갔을 때

한 라멘 집에서 일본식 라멘을 먹었던 기억이 났다.

나는 돼지고기로 국물을 우린 매콤한 라면을 주문했는데

외식의 기준이 까다로운 내 입맛이 합격 판정을 내릴 정도로 괜찮았다.

쌀쌀한 날씨에 매콤하고 뜨끈한  라멘 국물은 아침의 잊게 만들었다.

우리가 식사를 마칠 때가 되니

라멘 식당은 밖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붐비기 시작했다.

 

Park Slope는 비단 이 라멘 집뿐 아니라

카페나 식당, 베이커리까지 거의 모든 곳에 손님들이 넘쳐났다.

라멘 집으로 가는 길에 장난감 가게를 지나칠 때였다.

장난감 가게가 누에 띄었다.

우리 아이들 어릴 때는 'Toys R Us'간이 아이들 장난감을 파는 대형 마켓이 여기저기 많았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작은 장난감 가게도 별로 눈에 띄질 않는데

Park Slope에 장난감 가게가 있다는 건 이 동네에 아이들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아들은 길 건너편에 있는 가게를 손으로 가리켰다.

같은 장난감 가게 2호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길거리도 아이들 Stroller로 붐볐다.

 

어느 카페에는 스트롤러 주차장이 따로 있는 곳도 있었다.

내가 농담조로 이곳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스트롤러 주차장을 따로 마련해야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헛말이 아닐 정도였다.

동네 공원과 학교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내는 명랑한 소음(?)이 밖으로 넘쳐흘렀다.

마을이, 도시가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느껴졌다.

둘째가 이곳에서 꽤 오래 살았었는데 떠나기 싫어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커피 한 잔씩을 사서 마시며 마라톤 경기가 있는 4 애비뉴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아들의 오랜 벗 Pat과 그의 여자 친구가 와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곧이어 Jeff라는 친구도 직접 다자인 해서 만든 응원 패널을 가지고 왔다.

뉴욕 지하철 사인을 모방해서 만든 것이었는데 아이디어가 아주 기발했다.

"No Matter What Happens You Are Faster Than The F" (어찌 되었건 당신은 F트레인보다는 빠릅니다.)

지하철 F라인이 그 지역을 지나가는 모양인데

아무리 늦게 뛰어도 그보다는 빠를 것이라는 의미다.

다소 속도라 느릴지라도 열심히 뛰라는 마라토너에 대한 격려와 함께 지하철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담은

아주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마라톤 경기를 하던 사람들도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꽤 되었다.

또 하나의 패널은 '2024 NY Marathon AL1'라고 적혀 있었는데

친구 이름이 Ali인데 그를 응원하기 위해 뉴욕의 지하철 노선 이름을 이용해 만들었다.

 

42,195킬로 미터에 이르는 뉴욕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길 양쪽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달리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나팔과 호루라기, 종 같이 소리를 내는 응원 도구가 동원되기도 하며

Jeff가 만든 응원 팻말이 이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환호와 박수로 힘겨운 싸움을 하는 선수들에게 힘을 보태기도 한다.

 

뉴욕 마라톤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그렇게 보이기도 하고 눈에 띄지 않는 희생도 있고,

불편한 교통 상황을 묵묵히 견디는 사람들도 있으며

일부러 거리에 나와 달리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큰사위 Robert는 오래전에 멤버로 있던 밴드와 함께 Green Point에서

신나는 음악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준 적도 있었다.

둘째는 쎈트럴 파크에서 자기가 지도하고 있는 대학원 학생들로

정신 건강 지원팀을 꾸려 두 해인가 세 해 째 봉사를 하고 있다.

 

마라톤경기에 참여한 사람들 뿐 아니라 한마음, 한뜻이 되어 길에 나와 응원하는 사람들,

음지와 양지에서 봉사하는 사람들, 불편함을 참는 시민들-

이 모든 사람들이 화학적으로 그리고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이루어내는 뉴욕 마라톤은

진실로 아름답고 숭고한 뉴욕 시민들의 축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NY Marathon Sketch

 

The day before yesterday, I heard from my oldest son.

He suggested we come over to Park Slope, where he lives, on Sunday to cheer on the marathon and have brunch together.

On New York Marathon Day, it’s been a tradition for my wife and me to go to Park Slope, cheer on the runners, and then head over to Central Park to applaud the athletes who make it to the finish line.

My wife commutes to New Jersey nearly every day to care for her mother, so this year, I went to Park Slope alone.

At first, I hesitated, mainly because of transportation. I'm not very comfortable or familiar with public transit. But I decided to keep our tradition, hoping that seeing my grandson Juno, who was born in April, would help us bond.

After 8 a.m. Mass, I returned home, grabbed my camera, and left at 9 a.m. Just yesterday, despite it being November, the weather was warm enough for shorts. But this morning, the chill arrived suddenly, with brisk winds reminding me of the season.

I arrived at Park Slope, where my son lives, around 10:50 a.m. It took twice as long as it would have by car, but seeing Juno was worth it. Thankfully, he didn’t shy away from me and greeted me warmly, although his eyes were still busy following his mom and dad.

We went to a nearby ramen restaurant. It reminded me of a ramen place in Paris I visited a decade ago. I ordered a spicy ramen with pork broth, which passed my picky taste test. The warm, spicy broth was perfect for the chilly day. By the time we finished, the restaurant was bustling with people waiting outside.

Park Slope was lively, with cafes, restaurants, bakeries, and shops filled with customers. We even passed a toy store, which stood out to me because big toy stores like ‘Toys R Us’ are mostly gone now. It seemed like there were many children in the neighborhood, evidenced by the strollers filling the streets and even stroller parking spaces at some cafes. The area felt vibrant, alive with the cheerful sounds of kids playing in parks and schoolyards. I could see why my younger son, who used to live here, was reluctant to leave.

We grabbed a coffee and walked to 4th Avenue to watch the marathon. My son’s old friend Pat and his girlfriend were there, along with Jeff, who brought a clever handmade sign inspired by the NYC subway. It read, “No Matter What Happens, You Are Faster Than The F,” a playful nod to the subway’s F line that runs through the area. It encouraged the runners while humorously critiquing the subway’s pace. Many marathoners stopped to take photos with it.

Another sign read, “2024 NY Marathon AL1,” a nod to their friend Ali, using the style of NYC subway lines.

Both sides of the 42.195-kilometer marathon route were lined with cheering spectators, some using noise-makers like horns and bells, and Jeff’s signs added to the enthusiasm. The crowd’s cheers and clapping gave strength to the runners fighting through the challenge.

The New York Marathon relies on countless volunteers and sacrifices, visible and unseen. People endure traffic disruptions, come out to cheer, and provide support for runners. My eldest son-in-law Robert once performed live music with his band in Greenpoint to energize the runners. My younger son leads a mental health support team in Central Park, volunteering with his graduate students for two or three years now.

The New York Marathon isn’t just about the runners; it’s a beautiful celebration of New York’s spirit, with spectators, volunteers, and citizens who come together in solidarity, creating a unique, inspiring event that feels almost sacred.

손자 Juno. 태어난지 여섯 달이 훌쩍 지났다.

건강하게 잘 자란다. 내겐 또 하나의 기쁨이다.

우리가 라멘을 먹은 식당

식당 밖, 스트롤러 주차장이라는 사인이 있다

아들 친구 Jeff와 아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친구 Pat

애 엄마가 뛰는 모양

두 아들이 사진을 들고 응원하는 아빠

응원나온 지인들과 반가운 만남

우리가 있던 곳 근처의 가게 유리창에 분어 있는 마라톤 응원 포스터

이런 마음들이 모여 이룬 축제, 뉴욕 마라톤 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