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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ood Morning Rockaway

내 이럴 줄 알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눈을 뜬 건 새벽 네시.

베란다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상큼하고 신선한 바람 대신

비릿한 바다 내음이 나를 밀치고 실내로 몰려들었다.

농도 짙은 비릿함.

물기를 잔뜩 품은 공기의 질펀함 때문에

문을 닫고 실내로 들어왔다.

 

여섯 시가 조금 되기 전에 집을 나섰다.

맨발로 바닷가를 걷기 위해서였다.

뿌연 해가 지평선 위로 이미 솟아올랐다.

 

집 앞에 있는 작은 추모 공원 주변에는 메꽃이 한창이었고,

해당화의 핑크빛도 햇살 아래 곱게 빛이 났다.

 

여름날 아침 바다를 걷는 건 께름칙한 기분을 동반한다..

특별히, 주말에 많은 사람이 왔다간

월요일 아침 바다는 보통 지저분한 것이 아니다.

 

바닷가를 무심히 걷다 보면

자주 플라스틱 쓰레기가 눈에 띄기 마련이다.

하나 둘 줍기 시작하다 보면

걷기 위해 나왔다가 쓰레기 줍는 일이 주가 된다.

 

무심히 지나치면 될 것을

자꾸 쓰레기가 눈에 밟히는 걸 어찌할 도리가 없다.

 

"집 안의 쓰레기는 안 보여도 바닷가의 쓰레기는 잘 보이나 봐요."

아내가 핀잔조로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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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손주가 바닷가에 놀러 오면 깨끗한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손주들의 손주가 바닷가를 찾을 때,

그때에도 바다가  청정하면 좋겠다.

사랑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뿐 아니라

먼 훗날 태어날 누군가와도 나누어야 할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공시적 ()인 동시 또한 통시적( 的)이어야 한다.

 

여름 내내 바닷가를 걸을 때면

그냥 앞만 보고 걸으려고 해도

이윽고 모래 위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나를 발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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