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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ch walk on Sunday Morning

Beach walk on Sunday Morning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아침 다섯 시 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동쪽 하늘에 붉은색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여섯 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해가 뜨기 전 어둠 속에서 붉은빛이 조금씩 

그 밝기를 더해 가는 시간을 나는 사랑합니다.

 

바닷가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빛보다 파도 소리가 먼저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기다리고 바라보는 일이

이젠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몇 달 전에 캐다나의 산불 때문에 하늘이 온통 잿빛으로 뒤덮였던 기억이 납니다.

내 마음도 잿빛으로 어두웠던 시간의 터널을 지나야 했습니다.

 

오늘 아침은 붉은빛이 아주 맑고 곱습니다.

그래서 다시 희망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사야 서에 나오는 Ramnant라는 단어를 나는 사랑합니다.

원래는 옷감 같은 것을 다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조각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이사야 서에서는 해방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디고 기다리며 남아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내가 어둠 속에서 빛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떠오르는 빛을 기다리는 Ramnant가 될 수는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하늘이 밝아지며

어느덧 귓가를 맴돌던 파도소리도 들리지 않고

빛만이 보입니다.

 

어느덧 사위가 밝아지고

사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도 제법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어둠 속에 있어본 사람만이 빛의 고마움과 아름다움을 알 수 있습니다.

기다림 끝에 마침내 빛과 희망을 만나는 일.

 

주일 아침 맑고 고운 해가

마침내 떠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