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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산책

요즈음은 아침 산책길이 그다지 상쾌하지 않다.

오늘 아침은 습도도 높고,

산책길 나설 때 얼굴을 내민 해의 빛이 붉었다.

 

붉은 해는 에로부터 상서롭지 못한 징조로 여겨져 왔다.

더군다나 어제 사람들이 흘리거나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붉은 해와 오버랩되면서

자꾸만 예전에 읽었던 책 'The Road'가 연상되기 때문에

바닷가에 선 내 마음은 온통 회색빛으로 그득했다.

 

여름철엔 아침부터 바닷가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낚시꾼, 산책하는 사람,

모래밭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지낸 사람들,

금속 탐지기로 사람들이 떨구고 간 귀중품을 탐색하는 사람,

그리고 바닷속엔 서핑하는 사람들.

 

오늘따라 파도가 높으니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하러 아침부터

바다에 몸을 담갔다.

 

물과 모래가 만나는 경계를 따라 걷는데

곳곳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눈에 밟혔다.

다는 아니더라도 큰 것들을 집어 올리느라

아내 발걸음을 따라가질 못했다.

 

돌아오는 길,

이미 구면인 어는 노인의 버킷에 담긴 킹 피시 한 마리,

그리고 파도가 쓸고 간 모래밭에는 

모래 속에 숨어 있는 새끼 조개들의 숨결인지

공기 방울이 꼬르륵 거린다.

 

어둔 마음에

생선 한 마리,

그리고 조개들이 만드는 기포가

희망처럼 스며들어왔다.

 

산책을 마치고 아내가 사 준 아메리카 한 잔에

다시 행복해지는 

오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