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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ad

The Road

15 년은 되었을 것이다.

Cormack McCarthy의 'The Road'를 읽은 것이.

노안 때문에 그 이후로는 별로 책을 읽지 않게 되었으니까.

 

어제 오후 두 시쯤 되었을까?

하늘의 태양도 사라지고, 짙은 회색빛 안개 같은 것이

온 사방에 퍼지기 시작했다.

베란다에 나가 보니 불이 났던 집에서

화재가 진압된 후에 나는 매캐한 재의 냄새가 났다.

 

그래서 오후 내내 불안하고 불길한 생각을 하며 지냈다.

그리고 오래전에 지루하고도 재미없게 읽었던

'The Road'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재앙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

바다를 향해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길 위에서 겪게 되는

여러 상황을 그려낸 것이 소설의 내용이다.

 

어제의 상황이 그랬다.

 

평소에는 흐린 날에도 보이던 JFK의 관제탑도 보이지 않았고,

대서양의 수평선에도 내 눈길이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지구에 대재앙이 일어나 멸망되어 가는 

아주 흉흉한 분위를 느낄 수 있었다.

 

밖에 나갈 수도 없어서 마스크를 쓰고 

오후 시간을 보냈다.

 

차를 타고 빠른 속도롤 10 시간도 넘게 달려야

갈 수 있는 거리에서 난 불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맞야야 한다는 것이

다시금 기후와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해 주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The Road'라는 소설에서 나오는

인간은 이기주의적인가, 아니면 이타적인 존재인가,

아버지와 아들이 걸어가는 길은

희망적인가, 아니면 위험하기만 하고 절망적인가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그런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옆으로 미루어 두고라도

우리는 어차피 길을 걸어가야 하는 길 위의 존재가 아닌가?

 

오늘 아침엔 어제 오후보다 공기 상태가 좋아졌다.

가장 나쁜 대기의 중심이 펜실베이니아 주로 옮겨 갔다고 한다.

길은 희망일까, 아니면 절망일까의 문제를 넘어

실존의 문제일 뿐이다.

 

환경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늘 하루는 이 문제를 곰곰 생각하고 

환경을 위해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는 날을 보내야겠다.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의 끝에는

분명 희망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