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베란다에 나가보니
바람도 없고 온화한 기운이 느껴졌다.
말없이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다
바다로 산책을 나갔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고
어제 저녁 떴던 달이 어둔 배경으로
또렷하게 해가 뜨는 반대 편 하늘에 떠 있었다.
유난히 많은 조개 껍데기가 바닷가로 밀려들었다.
가리비와 고동, 애기 홍합도 아주 많았다.
두 쪽의 조개 껍데기가 서로 붙어 있는 것은 없으나
홍합은 온전히 두 쪽이 붙어 있었다.
갈매기의 발자국이 여릿하게 남아 있다.
산책을 따라 나왔던 개들의 발자국,
그리고 사람의 발자국.
존재의 무게에 따라 그 깊이가 다르다.
그러나 언제고 다 사라질 것 들.
해가 떴다.
5 시 45 분 쯤이었을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해가 뜨니 세상의 모든 것이 밝아지고 뚜렷해졌다고.
해가 뜨니 달이 사라졌다.
뚜렷하게 보이게 하는 것도 해고
어떤 빛은 지워버리기도 하는 것이 해라는 걸 깨달았다.
모래 위에 널려 있는 조약돌.
콩보다 작은 것부터
주먹 반만한 크기의 조약돌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바다의 사리.
때론 무언,
때론 표효.
수억겁 동안 번뇌하고 참회하고-----
오늘 아침 바다는 조약돌이 되어
모래위에서 반짝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