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izona 여행 - El Dorado는 어디에
아주 짧은 여정이었다.
2박 3일 동안 Arizona에 다녀왔다.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에 정탐을 한 것처럼
우리도 노년을 보낼 터를 정탐하러 Arizona를 다녀온 것이다.
사실 너덧 번 Arizona를 다녀왔지만
나는 별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사막과 집들이 거의 단색으로 지루하게 늘어져 있어서
심심하고 권태로운 느낌을 가진 곳이 바로 Arizona였다.
우리가 다녀온 3 월 초의 Arizona의 Poenix 근교의 기후는
너무나 우호적이었다.
아침저녁으로는 조금 선선하고
해가 있는 동안은 기분 좋을 정도로 따뜻했다.
더군다나 습기가 없는 공기를 들이마시면
내 머릿속이 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아내는 오래전부터 나이 든 후의 삶을
Arizona에서 가꾸어 가길 원했다.
장인 장모님이 사시는 걸 보고 가졌던 꿈이다.
거기 머무시는 동안 장인은 매일
골프를 치셨고
장모님은 텃밭에서 유기농 농사를 지으셨다.
두 분 모두 건강하게 은퇴 후의 삶을 사셨다.
특별히 평생 천식 때문에 고생하셨던 장인은
그곳에서 그 지긋지긋한 고통을 지우고 사셨다.
나는 무얼 버리거나 바꾸는 데
심각한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Arizona로 삶을 옮겨서 산다는 일이 내게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익숙해진 모든 것들을 뒤에 두고
낯선 땅과 모르는 사람들 사이로 스며드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저항을 의미하는 것인지 나는 짐작할 수 있다.
특별히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그리고 늘 가슴에 품고 있는 손주들과 지리적으로 멀어짐은
심정적인 유리(遊離)됨과 다르지 않으니
그 사이의 그리움은 또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Arizona로 옮겨 살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내와 나를 하루 종일 데리고 다니며
이곳저곳을 보여주고 알려준 줄리와 마이클 부부의 설명대로
금광을 소유했던 한 부자가 숨겨 놓았다는
어마어마한 금궤 때문은 아니다.
먼저 아내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도 환경이지만
무엇보다도 그곳 방문 중에 만났던
두 부부의 친절함이 주는 따스함이
기회가 되면 선뜻 Arizona가 보내는 손짓을
기꺼이 따르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곳에서도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Arizona로 이주하는 데 있어서
우리 갔을 때 들과 산에 만발한 양귀비 꽃보다도
더 질긴 유혹이 될 줄이야.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가 되었건 'El Dorado'가 아닐까?
오늘밤엔 노란 양귀비 꽃이 피어 있던
Arizona 꿈을 꿀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