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Instagram Husband'라는 단어가
SNS를 즐겨하는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했다.
아내의 인스타그램 활동을 위해서
아내가 요구하는대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 슬픈 운명에 던져진
남편들을 일컫는 말이다.
나는 두 가지 의미로
Instagram Husband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나는 아내의 SNS 활동을 위해서
아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아내가 원하는 각도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아내가 원하는 사진이 나오지 않으면
가끔씩 꾸지람을 듣기도 한다.
Instagram Husband의 원래적인 역할이다.
주인공은 물론 아내이다.
그러나 Instagram Husband의 원래적인 뜻은
아내의 사진을 찍어주는 남편인데,
나는 아내가 찍는 사진의 모델이 되어주는 남편이라는 의미를
덧붙이고 싶다.
이럴 때는 말만 잘 들으면
꾸지람 들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이 잘 되고 안 되고의 책임 소재는
전적으로 아내에게 있기 때문이다.
해병대에 근무 중인 막내가
휴가를 왔다.
하루는 우리 식구 페이스 북에
막내 사진이 올라왔다.
베란다 한편에 있는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사진이다.
그 사진이 찍히기까지의 장면이
내 머릿속에 선명히 보였다.
나중에 막내에게 물었다.
"네가 자발적으로 사진 찍어달라고 했니?"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음은
대답을 들어보지 않아도 뻔한 종류의 것이었다.
이런 아내의 폭거(?)를 행사하는 범위는
우리 식구라는 울타리도 쉽게 벗어난다.
그래서 아내를 아는 사람들은
아내가 사진을 찍겠다고 하면
즉시 포즈를 취해준다.
그래야 삶이 편하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모닝커피를 마시려는데
베란다에 가서 마시면 어떻겠냐는 아내의 부탁(=명령)의 말씀이 있었다.
그래서 '카페 마리아'에 있는 탁자에서 커피를 마셨다.
아내가 찍는 사진을 위해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해야 하니 커피맛을 제대로 즐길 수는 없었다.
아내는 결과에 만족스러워했다.
"나라도 이렇게 사진을 찍지 않으면 당신 사진은 남는 게 없어."
맞는 말씀이긴 하다.
나는 사진을 찍기는 하나
찍히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막내에게 말했다.
"너는 엄마의 파트타임 인스타 그램 아들이지만
아빠는 풀타임 'Instagram Husband'란다.
그러자 막내 입에서 'Respect!'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꼬박꼬박 'Instagram Husband' 역할을 해야 하는
아빠의 팔자에 보내는 동정과 찬사(?)의 의미로
아들은 그 단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래도 명품 가방을 사달라거나
값비싼 보석을 결혼기념일 선물로 원하지 않는
아내가 기특해서
나는 기꺼이 'Instagram Husband'가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