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카메라를 들고 출퇴근을 했다.
전철과 거리에서 만나는 풍경,
그리고 풍경이 건네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어서였다.
며칠 전 전철역에서 나와 집 쪽으로
걸어오는데 나이가 좀 든 노인이
나에게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내 손에 들린 카메라를 보고
그런 말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특정 사람의 인물화를 찍는 일은
숫기 없는 나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부탁을 하니
얼떨결에 한 장을 찍었다.
머리도 수염도 제멋대로 헝클어지고
손톱 밑에는 때가 끼어 있다.
복장도 여간 남루한 것이 아니다.
가진 것 없다고
인생을 즐겁게 살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찍어달라는
천진난만한 그의 모습을 보며
카메라를 든 내 손이 한없이 부끄러웠음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