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에서 생긴 일 - 심봤다
뉴욕의 부루클린에서 가게를 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있지만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그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세탁소에서는 거의 쓰레기를 생산하지 않는다.
가게 쓰레기만 있으면 2-3 주에 한 번만
처리하면 되지만
가게 앞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게 앞 인도와
인도에서 18인치 떨어진 차도까지가
우리 가게의 청소 담당 구역이다.
자칫 깜빡 잊고 청소를 하지 않아서
쓰레기 몇 조각이라도 시 청소국 요원의 눈에 띌 경우
100 달러의 벌금이 자비없이 부과된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면서
가게 문을 열기 전에 버릇처럼 하는 것이
가게 앞 청결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다.
전 날 비라도 오면
거리가 비교적 깨끗해서 마음이 놓인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가을 날엔 하루에도 몇 차례씩
가게 앞 청소 상태를 확인하고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그런데 어제는 쓰레기 상태를 확인하는데
맥이 빠졌다.
물에 전은 쓰레기가 아무리 꾹꾹 눌러담아도
우리 쓰레기 통 반도 더 채울 만큼 많았다.
어쩔 도리 없이
쓰레기를 치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쓰레기 중간에 20 달러 지폐가 한 장 보이는 것이 아닌가?
열심히 청소하는 나에게
누군가가 보답하기 위해
흘리고 간 것으로 해석을 하고
냉큼 집어 들었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하며
지저분한 돈을 깨끗하게 세탁도 하고 다림질까지 했다.
(이런 걸 돈세탁이라고 하나?)
예전에는 직원들이 이 일을 했지만
팬데믹 이후로
쓰레기 치우는 일이
내 목에 혹 하나 더 붙은 것처럼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그러니 쓰레기 사이에 덮여 있던 20 달러 지폐는
심마니의 눈에 띈 산삼처럼
'심봤다'라고 소리를 칠 만큼이나
내 가슴을 뛰게 했다.
그런데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던
20 달러를 세탁을 하고 다림질까지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청소를 하지 않아 벌금 티킷을 받았다면
나는 고스란히 100 달러의 손해를 보았을 것이 아닌가?-
청소를 한 까닭에
벌금 100 달러에 특별 보너스 20 달러를 얹어
120 달러를 번 셈이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타타타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삶은 온통 이익을 내는
아주 수지맞는 장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가게 앞 청소를 할 것이다.
5 분 정도의 시간을 내어
100 달러를 벌 수 있는
썩 괜찮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Good morning!', 'Thank you.' 같은
인사도 팁처럼 덤으로 받는
가게 앞 청소를
아니 하지는 못 하리라.
그러니 오늘도 차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