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물구나무서기를 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지 않고
제법 기개가 있어 보인다.
자전거의 킥 스탠드가 없으니
자전거를 길바닥에 눕히지 않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무엇엔가 기대어 놓는 일이
내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 자전거의 주인은
자전거를 물구나무서기를 시켰다.
킷 스탠드가 없어도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고 홀로 설 수 있음을
자전거는 내게 일러주고 있다.
길을 나서면
세상에 배울 것 천지다.
길은 영원한 스승이다.
(건물 옆 낙서로 도배된 거울에 사진을 찍는 내 모습도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