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주 전 일요일 아침,
해뜨기 전에 바닷가로 나갔다.
동쪽 하늘이 발그스름하게 햇물이 들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어두움이 가시지 않은
모래 위에 내 팔 길이 만한 흰 물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뭘까?
호기심이 살살 피어올랐다.
가까이 가서 보니 상어였다.
옆으로 누운 자태에
배가 허옇게 드러나 있었다.
배 위쪽에 입이 있는 걸로 보아서 상어가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상어는 내가 보기에 아직 물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바닷가의 상어.
어떤 연유로 바닷가에 죽은 채 누워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떨림 같은 것이 내 속을 스쳤다.
아주 옛날에 상영되었던 '조스'라는 공포스러운 영화도 떠 올랐다.
그리고 동네 생선가게 진열대에서 보았던
상어 고기의 기억도 스쳐 지나갔다.
생각의 실타래가 엉켜있긴 했어도
바닷가의 상어는
잘만 풀면 무언가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술술 풀릴 소재에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서 처음 것보다는 작은
또 한 마리의 상어가 바닷가에 죽은 채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렵고 떨려서 감이 손을 댈 수도 없었다.
신기하고 소중한 것 같아서
집으로 가져오려고 해도
뭘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포기를 하려는 순간
낚시꾼 두 명을 발견했다.
그 낚시꾼들에게 내가 처음으로 발견한
상어의 소유권을 이양할 모적으로 그들에게 접근을 했다.
"저 쪽에 상어 두 마리가 있는데----"
나는 그 낚시꾼들이 생선 한 마리도 못 잡았으면
그 상어라도 집에 가져가라고 선심을 쓸 요량이었다.
그런데 내 말이 다 떨어지기도 전에
낚시꾼 중 한 명이 해독이 불가능한 스페인어로
뭐라고 말을 하는데
그건 나에게 대한 고마움이나 존경의 마음을 품은 태도가 아님을
대번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런데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른 낚시꾼의 낚싯대가 심하게 흔들렸다.
모두들 호기심으로 가득한 시선을 낚싯줄 끝에 모았다.
제법 힘들여 당긴 낚시줄 끝에는
죽은 상어와 같은 상어 한 마리가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낚시꾼은 재수 옴 붙은 것처럼
서둘러 상어를 바늘에서 떼어낸 후
바다로 던져버렸다.
마치 몸에 붙은 액운은
잽싸게 치워버리는 것 같았다.
호기심에다가 경외심까지 들던 (백)상어가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 신기하고 또 슬펐다.
막 해가 솟으면서 바닷가는
온통 황홀한 빛으로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낚시꾼들은 이내 자리를 떴다.
여명의 바닷가에서
상어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윽고 벌건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침 햇살 아래 상어는
다주 볼품없이 모래 위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