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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사진 단상

금요일 아침 

날이 맑다.

햇살 쨍쨍한 아침을 맞았다.

 

 

지난주에 창마다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아침 햇살이 너무 힘이 세서 블라인드를 내렸다.

블라인드를 통해서 보이는 다육이 화분들,

그리고 해의 그림자.

 

그림자에는 색이 빠져 있다.

 

나는 내 본색으로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림자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지하(사실은 지상)철 역사 안으로

햇살이 파도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노란 전깃줄, 검은 그림자.

 

 

우리 집 쪽으로 오는 A 라인의 종점은 세 군데로 나뉜다.

반대편 쪽의 종점은 Inwood 한 곳뿐이다.

출근하면서 자주 타는 A라인이지만

Rockaway 종점 말고는 다른 종점은 가 본 적이 없다.

 

삶이 그런 것 같다.

 

늘 가는 길만 가고

갈 수 있어도 가지 않는 길이 참 많은 것 같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해 후회 같은 걸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지 않은 길이 꼭 후회만을 남기지는 않는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 같은 것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때로 가슴이 촉촉해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Rockaway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 의자에 비친 형광등 불빛

 

시시각각 달라지는 불빛이 추상화를 그린다.

내 눈에 들어온 이 빛들의 기억으로

나는 이 의자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때론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다르다는 이유로

논쟁도 벌이면서 살아갈 것이다.

 

아주 한산한 Beach 98 st. 역의 벤치.

벤치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Broad Channel 역.

 

지하철에 오르기 위해 뛰는 사람

 

내 그림자.

내가 낯설어지는 순간.

 

경마장과 카지노가 있는 역.

주차장은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와

백신 접종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Rockaway Blvd. 역

Broadway Juction까지 가는 길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역.

우루루 밀려 들어온다는 표현이 필요한 유일한 역이다.

 

지상철이 지하철로 바뀌었다.

터널의 어둔 배경으로 창문에 비친 차 안 풍경.

출근길이나 퇴근길이나

행복한 표정의 사람은 찾을 수가 없다.

모두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부분 전화기에 눈을 고정하고 있다.

 

Broadway Junction 역사의 모습.

밖에서 보니 내가 전철을 바꿔 타기 위해 걸어다니는 길이 보인다.

숲 속에서 나무만 보다가 

숲 밖에 나와서 숲을 바라보는 느낌.

 

숲이든, 나무든,

어떤 모습에도 옳고 그름은 없는 것이다.

 

실존일 뿐.

 

나는 요즈음 전철을 갈아타지 않고

Broadway Junction에서 내려 일터까지 걸어간다.

두 정거장,

거리는 약 2 km, 걸어서 15 분 가량 걸린다.

무표정한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느니

차라리 혼자 걷는 게 마음도 편하고 자유롭다.

 

아주 독립적인 걷는 일.

15 분 동안 걷는 자유를 누린다.

 

 

누군가가 남긴 드링크.

붉은 립스틱 짙게 바른 

어떤 여인이 남긴 것이리라.

 

스트로 끝에 묻든 붉은 붉은 빛은

립스틱 빛일까, 아님 드링크의 밫깔일까?

 

스트로라는 줄기가 붉은 드링크라는 물을 빨아들여

붉은 꽃망울을 맺은 것 같다는 착각을 아주 잠깐 했다.

 

Little Biggie.

Brooklyn의 벽화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

 

거리에서

다시 나의 길고 검은 그림자와 만나다.

 

Eastern Prkway와 Broadway가 만나는 곳에 있는

차량 collision 센터.

 

주변엔 처참하고 황폐하게 부서진 차들이 널려 있는데

사무실 안은 그렇게 깔끔할 수가 없다.

 

환자들이 그득한 병원이라고 해서

건물마저 황폐한 법은 아니니 말이다.

 Unbalance의 전형을 여기서 본다.

 

Cooper street과 Broadway가 만나는 코너에 있는 장 미셀 바스키야를 그린 벽화.

제대로 된 정면 사진을 찍으려 해도

늘 버스 가 가로막고 있지 않으면

지나가는 차들 때문에 방해를 받는다.

 

우리 세탁소 다음 블록에 있는

Skippi라는 카페 모퉁이에 서 있는 냉장고 모양의 박스에

'free food'이라는 사인이 있어서 호기심으로 열어보았다.

누군가가 아름다운 마음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입으로 밀어넣을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마음을 가져 보기나 했는가?"

 

다시 만난 내 그림자.

나는 나로 살고 있는지,

아니면 그림자로 살고 있는지----

 

세탁소로 급히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