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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해주고 싶은 말 - Snow Drop에 대하여

2 년 전 8 월 30 일이었다.

우리 집이 팔렸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우리는 체코의 프라하 아니면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 있었을 것이다.

 

여행을 미리 계획했던 것이라

집 매매에 대한 것은 부동산 중개인과 변호사에

맡기고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었다.

 

새로 우리 집으로 이사 올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나

여행 중이라 그냥 가슴에 묻어두었다.

 

가끔씩 뉴저지에 갈 때면

우리가 살던 집을 둘러보곤 하는데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의 얼굴을 볼 기회는 없었다.

 

집이라는 부동산을 팔았지만

그 집에서 사는 동안 우리가 가졌던 느낌이나

보이지 않는 역사 같은 것은 

넘겨줄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아직 내린 눈이 녹지 않았어도

봄기운이 슬슬 기지개를 켜는

2 월 말이 되니 이사 온 사람들에게

한 가지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바로 우리가 살던 집 뜰에 피어나는

'Snow Dtop'에 대한 이야기다.

 

'Snow Drop'은 2 월 말쯤

뜰에 쌓인 눈을 뚫고 파란 싹이 올라오고

곧이어 눈방울(snow drop) 같은 하얀 꽃망울이 맺힌다.

그리고 그 꽃망울이 벌어지면

속살에 선명히 새겨진 초로색의 하트를 

수줍게 드러낸다.

 

나는 그 꽃을 바라보며

가슴 시린 겨울을 지나온

우리 모두에 대한 신의 편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봄이 왔다고,

그래서 꽃샘바람이 불어도

머지않아 따뜻한 기운이 대지를 감쌀 것이라는

신의 위로와 희망을 그 꽃에서 

읽곤 했다.

 

그런데 Snow Drop은 키가 내 한 뼘에도

이르지 못한다.

그러니 그 녀석들이 품은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보기 위해서는

땅에 넙죽 엎드려서

눈을 맞추어야 한다.

 

너무 늦게 전에 새로 이사 온 사람들에게

이 꽃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고 싶다.

 

이제 봄이라고,

그리고 봄을 맞기 위해서

땅에 배를 맞추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그리고 가장 낮은 곳에 있어야

비로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보이는 것이라고.

 

봄은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시작하는 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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