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멈춰 서서 뒤 돌아보기
때로 멈춰 서서 뒤 돌아보기
동지가 지나서
낮이 길어졌다고는 하나
아직은 어둠 속에서 아침 산책을 시작해야 한다.
몇 불록을 걸어가야
눈 앞의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한다.
우리는 늘 같은 방향으로 산책을 시작해서
반대 방향으로 돌아온다.
오늘도 우리 앞에 널린 하늘이 밝아올 때
나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보았다.
우리의 등 뒤 하늘에는
아침이 와인빛으로 번지고 있었다.
"와우!"
살아가면서
더군다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탄사를 입에서 내어놓을 기회가 어디 있어야 말이지.
가던 길 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뿐인데
오늘 아침은 나에게 감탄사를 무상으로 선물해 주었다.
돌아오는 길의
같은 하늘은
그냥 물에 번진 와인 한 방울처럼 묽어져 있었다.
때로 멈추어 서기.
그리고 무심히 뒤 돌아보기.
감탄사가 있는 삶은
의외로 단순할 수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