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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

새 집

 

그렇게 1 년 하고도 석 달이 흘렀다.

아내가 가끔씩 답답하면 가던 바닷가에

신축중인 아파트를 덜컥 게약을 한 지가.

 에정대로라면 우리는 올 3 월부터는 그 집에서 살아야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미 뭐니 해서 미뤈지고 미뤄지던 

집 클로징 날짜가 잡혔다.

 

아직 충분히 완성이 된 것은 아니지만

새 아파트로 이사할 날이 머지않았다.

전기도 들어오고 물도 나오니 말이다.

 

오늘 아내와 나는 우리가 살 아파트를 찾았다.

 

우리의 집을 찾았을 때는

여기저기 흠결이 많아서 동사하는 사람들이

지적한 것들을 새로 손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먼저 아내가 다녀와서는 걱정이 많았다.

 

"생각한 것보다 너무 작아요."

 

침실 둘에다 거실과 주방을 겸한 공간이 전부인데

베란다가 넓은 집을 택하느라 아파트의 실내 공간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살림살이의 대부분은 남들에게 주었거나

버려서 별로 큰 공간이 필요하지는 않아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나의 오디오 세트 때문에

아내는 걱정이 많았다.

 

화초 가꾸는 걸 좋아하는 아내는 

베란다가 넓은 집을 덜컥 선택을 해서

계약을 했는데

너무 큰 공간을 차지하는 스피커를 포함한

나의 오디오 때문에 마음의 짐을 지게 된 것이다.

 

오늘 가서 보니

작은 침실을 음악 감상실로 쓰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은퇴 후 우리 두 사람만 살 집인데

방 하나를 포기한다고 해서 누가 뭐랄 사람도 없지 않은가.

 

집에 대한 아내와 나의 소망은

꽃과 음악이 있는 집이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아무리 공간이 작아도

그 안에 꽃과 음악이 있다면

세상 그 어느 집과 견주어도 결코 초라하지 않을 것 같다.

 

이사하면

가장 작은 삶,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는 '무소유'의 삶을

살기로 아내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우리의 새 집은 새집(nest)처럼

사랑 넘치는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무소유의 마음만 갖는다면 말이다.

 

오늘 밤 꿈속에서는 파도소리가 들릴 것 같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