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정원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3 층,
이중 유리창 사이에 한 뼘 가량의 여유가 있다.
그리고 바깥 유리창에서 바깥 쪽으로
또 한 뼘의 공터(?)가 있다.
뉴저지 집에서 부르클린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200 여개에 달하던 다육이들을 다 입양 보내고
손에 꼽을 만큼만 데리고 왔다.
그리고 언제부터 하나 둘 다육이 입양을 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보니 대충 마흔 개 정도의 화분이
베란다가 없는 우리 아파트의 창틀을 장악하고 있다.
"비에 젖으니 다육이가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네."
아내의 혼자말에
이제까지 무심하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내 마음의 눈이 열렸다.
겨우내 추위를 견디다가
봄빛을 받아 빨갛게 물들어가는
다육이들이 창틀에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두 뼘 남짓한 우리 아파트 창틀,
아내의 정원에는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는 봄이
한창이다.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언급하며
"The worst is over."이라고 한 기사를 뉴욕 타임즈을 막 읽은 뒤여서인지
다육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