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요일 아침산책
토요일 오후에 내가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이
바로 일요일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다.
축구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빼곡하게 비와 우산 그림이 전화기 화면을 채웠다.
Plan B를 가동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내와 아파트에서 두어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커피 한 잔 씩,
그리고 아보카드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크롸쌍을 하나씩 주문해서
사이 좋게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바닷가로----
비는 그치지 않고 내렸다.
한 손에 카메라, 한 손에 우산.
나는 상관 없는데 카메라가 비를 맞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비는 아다지오의 빠르기로 내렸는데
처음엔 피아노의 세기로 내리던 바람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렌즈에 빗방울이 묻었다.
손이 시려웠다.
할 수 없이 바닷가에서 철수.
비도 내렸으니
이젠 진짜 겨울이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