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치고----
날이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벌써 얼마 동안 계속되는 더위인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흐물흐물한 영혼에 활기를 보충할 게책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얼마 전에 보았던 tv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설렁설렁 보아서 정확한 기억은 아니어도
대충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출연해서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어도
있는 셈치고 살았고,
지금도 그리 산다는 말을 했는데
그런 낙천적인 태도를 어머니로부터 전수를 받았다고 한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이긴 하지만
자기의 노래를 옆에서 귀 기울여 듣는 셈치고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로 음반도 내었다고 한다.
나도 이 복더위에
눈이 온 셈치고 추위 삼매경에 빠져보고 싶어서
눈 올 때 찍었던 우리 동네 사진을 들쳐 보았다.
사진 속에 들어가 보니
그런대로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현실로 돌아오니
다시 더워지기 시작한다.
셈치는 일이
보통의 상상력으로는 쉬운 것같지는 않다.
절실함과 탁별한 내공이 필요한 것 같다.
성경의 산상수훈 중
첫 번 째가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다.
눈 온 셈치고가
잘 되지 않음은
내가 제대로 더워서 죽을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는 말이 아닐까?
얼마나 더 더워야
추운 셈치고, 눈 온 셈치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정말 셈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