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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노래'(A Drinking Song )에 부치는 사족

'술노래'(A Drinking Song )에 부치는 사족 

A Drinking Song

WINE comes in at the mouth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I look at you, and I sigh.

 

-William Butler Yeats-

Drinking Song은 짧으면서도 낭만주의 시의 전형을 보여준다.

젊은 날에 입에 달고 다니면서 술 한 잔 하면서 읊조리던 시다.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안주 삼던 시절에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와 더불어 안주감으로 제일 많이 등장했던 시다.

 

먼저 '술은 입으로 흘러든다'라는 구절은 말할 것도 없다.

술이 입으로 흘러드는 건 당연한 이치.

다음에 사랑은 눈으로 흘러든다는 건 시인 Yates가 생각해낸 가설이다.

그럴듯하다.

 

'술은 입으로 흘러들고 사랑은 눈으로 흘러든다'

 

이 첫 연이 진리임을 증명이라도 하기 위해

우리가 늙어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리라고 시인은 최면을 건다.

 

이제 시를 읽는 사람들은 최면에 걸렸다.

술은 입으로 흘러들고 사랑은 눈으로 흘러든다는 시인의 주장에 세뇌를 당한 상태이다.

모두들 그것이 진리라고 믿게 만들었다.

런데 마지막 연을 보라.

와인을 마시며 사랑을 고백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

 

술은 입으로 흘러들고 사랑은 눈으로 흘러든다'

 

바로 그거다.

폼나게 술을 입으로 털어 넣는 순간,

시인의 주장대로라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세뇌 당한대로라면

자동적으로 사랑은 내 눈 안으로 흘러들어오게 되어있다.

 

자 이제 결전의 순간이다.

떨리는 손으로 잔을 든다.

그리고 입술에 그 술잔을 대고 한 모금 마시며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이제 그녀의 사랑이 내 눈안으로 흐러들어올 차례.

그러나 아뿔싸!

 

그녀는 내게 사랑의 마음이 없다.

술은 입으로 흘러들어오는데

랑은 내 눈 속으로 흘러 들어오질 않는 것이다.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반전이다.

이런 걸 파격이라고 한다.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방향을 확 틀어버리는 걸 말이다.

낭만주의자들이 쓰는 수법이다.

 

젊은 날, 한 두번 씩은 겪어보았음직한 실연의 시다.

안타까움에 가슴 태우던 날들을 기억나게 하는 

이 예쁘고 깜찍한 시가 왜 오늘 떠오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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